“전세사기 잡는다고, 전세시장 다 죽인다”
임대인들이 전세금반환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를 문제 삼아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비(非)아파트 전세거래를 단절시키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임대인협회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전쟁기념관 앞에서 임대시장 정상화 촉구 항의 집회를 열었다. 경주시 등 전국 각지에서 30~40명의 사업자들이 모였다.
협회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한도를 일시에 낮추면 시장에 타격이 크다”라며 “한도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공시가격 1.5배까지 가능하던 전세보증 한도를 1.26배로 낮췄다.
임대인이 보증보험 기준에 맞추려면 보증금을 낮춰야 한다. 기존 보증금과 새로 보증금 사이에 생긴 차이를 임대인 스스로 충당해야 하는데 지금은 대출규제로 한도가 제한돼 있다.
이러면 임차인은 HUG로부터 대위변제를 받는다. 대위변제를 받은 건물은 악성임대사업자로 찍혀 임차인을 받을 수 없다. 임대은 또 등록 의무기간이 있어서 집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다. 의무기간을 지키지 않고 집을 팔면 건당 수천만원을 과태료로 문다. 이러면 파산에 이르게 된다.
협회 관계자는 “공시지가라는 게 물건지마다 다른데 강제로 가격을 정해버리면 임차인은 당연히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 한다”며 “임대인도 돈을 돌려주고 싶은데 비 아파트는 대출이 안 된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임차인도 돈을 못 받으니 이사를 못하고 같은 집에서 눌러 사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거래가 차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규제완화를 위해 수차례 민원을 넣고 정부와 국회 문을 두드렸다. 돌아온 답변은 “전세사기를 예방하려면 어쩔 수 없다”라는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그간 보증금 반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정부 대출규제 완화 정책을 기다렸지만 임대인을 위한 역전세 반환 대출 또한 시행 한 달이 되도록 실행된 적이 없다”라며 “유명무실한 대책으로 망연자실한 임대인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 △아파트와 비아파트 정책 분리 △전세금반환보증한도 복구 △임대인·임차인 상생지원센터 설립 △정부와의 대화창구 마련 등 요구사항도 전달했다.
임대인들은 세제 혜택을 거부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주택임대사업자등록증을 찢고 발로 밟아 쓰레기통에 버리며 현 주택임대사업자제도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협회는 계속해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다음 장소는 강서구청으로 예정됐다. 협회는 아울러 집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