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갈림길 선 이재명…‘폭풍전야’ 민주당

구속 갈림길 선 이재명…‘폭풍전야’ 민주당

26일 영장실질심사 촉각
친명-비명, 무더기 이탈표에 내홍 심화
분당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3-09-25 19:15:4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시험대에 오른다.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영장심질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이 대표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지난 21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재적 의원 29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49표로 가결 요건(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넘어섰다. 반대는 136표, 기권과 무효는 각각 6표, 4표로 집계됐다.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110명)과 정의당(6명), 시대전환(1명),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더라도, 민주당 내에서는 최소 29명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공은 법원에 넘어갔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10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이날 직접 영장심사에 출석한다.

민주당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대표 구속이다. 정기국회 회기 중 현직 제1야당 대표 구속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당 대표 부재가 현실화하면서 민주당은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비대위는 당헌·당규상 당대표 궐위 시 잔여 임기가 8개월 미만인 경우 가능하다. 이 대표가 사퇴한 뒤 26일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 대행 체제로 일정 시간을 지낸 뒤 비대위나 조기 선대위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친명계는 사퇴 불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일부는 이 대표의 ‘옥중 정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구속 이후에도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며 권한을 행사하는 가설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서 “저희가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최고위원이나 당 대표를 쫓아낼 방법이 없다”며 “끝까지 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총선 승리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이 대표의 옥중 당무·공천이 가능하다며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체포동의안 통과 이후 처음 내놓은 입장문에서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메시지를 영장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다만 이 대표의 옥중 정치 시나리오가 지지를 받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을 앞둔 만큼, 비(非)이재명·수도권·온건 성향 의원들이 대거 반기를 들 가능성이 큰 탓이다.

비명계로 꼽히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옥중 공천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여기가 신흥 종교집단도 아니고, 민심의 결정에 따라서 좌지우지될 수 있고 퇴출도 될 수 있는 게 정치 세력들인데 국민들 무서워하지 않고 내 갈 길 간다고 생각하면 진짜 그거는 폭삭 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분당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내부 이탈표로 가결되면서 민주당 내분은 격화했다. 친명계는 가결표를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색출과 징계 절차를 예고한 상태다. 이 대표의 사퇴 거부에 더해 친명과 비명 간 ‘심리적 분당 상태’의 골이 깊어진다면, 분당 논의는 현실화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는 아직까지 분당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영장이 인용될 경우 분당 여지가 있다. 지역적 기반이 있는 호남 세력이 당에서 빠지는 경우”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가 꾸려질 경우, 분당 세력은 민주당 지지들에게 외면당하며 고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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