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서울시보라매병원 노동조합(서울대병원 노조)이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11일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파업 시작을 알렸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의사 성과급제 폐지, 공공의료 수당 신설 등 의료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실질임금 인상을 포함한 노동 조건 향상을 촉구했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장은 “코로나19 3년6개월 동안 전국 병원 노동자는 영혼을 갈아 넣으며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환자 치료에 온힘을 쏟았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공공병원 인력 충원 정책을 정부가 내놓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고, 영웅이라 칭송하던 국회와 정부 등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 상시 인력도 감원을 예고하고 있어 현장 인력 부족은 심각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인력을 늘려 병원 노동자와 환자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요구를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대병원이 의사들의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해 과잉 진료가 늘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은 435억이라는 돈을 걸고 의사들에게 진료량과 수술 건수, 수술 시간까지 경쟁시키는 성과급제를 도입해 3분 진료, 과잉 진료로 의료의 질이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서영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상임활동가는 “서울대병원에서 하루 환자 1만명 이상이 쏟아지는데 간호사 1명당 일반병상 환자 14명, 중환자실 3명의 환자를 돌봐야 한다”며 “후진적인 인력 기준으로 노동자들을 갈아 넣고 있고 간병노동자 역시 안정적인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모든 병동으로 확대하고 간병노동자와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공공의대를 확충해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조합원 3800명 중 필수 유지 인력을 제외한 하루 평균 1000여명 정도가 번갈아 파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노조는 의사를 제외한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보라매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의료기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근무하는 필수 유지 인력은 유지하기로 해 파업으로 인한 진료 차질이 크게 빚어지진 않겠지만, 검사 등 일부 진료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진료를 가능한 한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