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ETF 출혈 전쟁, 치킨게임 돌입하나 [ETF 경쟁시대①]

운용사 ETF 출혈 전쟁, 치킨게임 돌입하나 [ETF 경쟁시대①]

순자산 총액, 6월 100조원→10월 107조원 돌파
반도체·2차 전지 등 주도주 시들…ETF에 눈 돌려
0.01% 까지…앞다퉈 수수료 인하 경쟁
“미국도 마찬가지…시장 트렌드”

기사승인 2023-10-12 06:00:32
한국거래소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 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순자산 총액이 사상 최초로 107조원을 돌파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내리고 있다.

ETF는 증시에 상장돼 마치 주식처럼 시장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상품을 말한다. 주식의 장점과 펀드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셈이다. 분산투자, 낮은 비용, 거래 편의성도 ETF 고유 장점에 속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ETF 합계 순자산총액은 지난 6일 기준 107조475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78조5116억원) 대비 36.89%가 불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이 1767조 원에서 2033조 원으로 15.1% 오른 것과 비교해도 큰 상승폭이다. 

ETF 시장 성장 속도는 빠르다.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지난 6월30일 100조 312억원으로 100조원을 넘겼다. 지난 2002년 10월14일 코스피200 기반 4개 종목, 순자산총액 3552억 원으로 첫발을 뗀 지 21년 만이다. 이후에도 7월 말(103조9774억 원)·8월 말(106조4138억 원) 등 매달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ETF에 투자심리가 쏠리는 이유는 반도체, 2차 전지 등 증시를 이끌던 주도주가 사라진 데다 국내 증시가 ‘3고(고금리·고유가·강달러)’ 현상, 중국 부동산발(發) 불안 등 악재로 하반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TF 상장종목수. 한국거래소

경쟁은 과열되는 양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상장 ETF 종목 수는 770개로 5년 전인 2017년 325개의 2배가 넘는다. 자산운용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제각각 ‘최초’, 혹은 ‘대표’ 타이틀을 건 ETF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포스코그룹주를 비롯해 포스코그룹과 동일한 업종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구성된 ‘국내 최초 포스코그룹주 ETF’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일본 반도체 산업 근간이 되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관련 대표 종목 20곳에 투자하는 ETF를,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를 출시하면서 역시 “국내 최초”를 내걸었다.  

뿐만 아니다. 운용사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앞다퉈 총보수(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자칫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6월 ‘ACE 미국고배당S&P ETF’의 총보수를 0.06%에서 0.01%로 내린 데 이어 지난달 10일 ‘ACE 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 ETF’의 총 보수를 0.50%에서 0.29%로 낮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8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 보수를 기존 0.03%에서 0.01% 까지 낮췄다. 신한자산운용은 SOL미국배당다우존스의 총보수를 0.05%에서 0.03%로 내린데 이어, 조만간 0.01%로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실 수수료 0.01%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거의 남는 게 없는 셈”이라며 “그 대신 수수료 인하의 반사 효과로 해당 상품이 더 많이 팔리는 장점이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ETF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수수료가 아예 무료에 가까운 상품들도 많이 나오는 등 ETF 수수료 인하 추세는 일종의 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소형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경쟁이 부담되는 측면이 분명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초기에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고객을 유치해 두면 차후에 또다른 수익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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