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으며 한 해 마무리…한화생명e스포츠 ‘SUPER DIVE’ 상영회 [가봤더니]

울고 웃으며 한 해 마무리…한화생명e스포츠 ‘SUPER DIVE’ 상영회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10-15 14:22:39
한화생명e스포츠 다큐멘터리 ‘SUPER DIVE’ 상영회 현장. 사진=차종관 기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알았다. 이 다큐멘터리의 엔딩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걸. 그럼에도 수백명이 찾아왔다. 자신이 응원하는 사람들의 곁에 마지막까지 남기 위해.

지난 14일 오후 7시,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 15관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다큐멘터리 ‘SUPER DIVE(슈퍼 다이브)’ 상영회가 열렸다. 행사는 사전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상영, GV, 선수단 Q&A, 럭키드로우, 기념사진 촬영의 순서로 진행됐다. 팬들에게는 사전에 Q&A 응모 기회가 주어졌다.

상영관 앞에 도착하자, 계단식 대기 공간은 이미 한화생명의 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마다 슈퍼 다이브가 적힌 환타를 마시고 있었고, 일부 팬들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팬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어떻게 지냈냐, 만나서 반갑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와 팬들의 막역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바이퍼’ 박도현이 팬들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이 관객석에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사진=차종관 기자


상영관 입구에는 한화생명의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이 팬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바이퍼를 이겨라’ 가위바위보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그는 관람석에 입장하는 팬들과 일일히 가위바위보를 했다. 그를 이긴 팬들은 영양제나 음료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일부 팬들은 박도현에게 “가위를 내라”고 강요하고 자신은 바위를 내는 등 질 수 없는 승부를 연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상품을 얻은 팬들은 의기양양하게 박도현과 사진을 찍었다.

관객석에는 ‘킹겐’ 황성훈, ‘제카’ 김건우, ‘라이프’ 김정민, ‘그리즐리’ 조승훈 그리고 ‘댄디’ 최인규 감독, ‘모글리’ 이재하 코치도 함께했다. 모든 관람객이 착석하자 곧장 7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해당 다큐멘터리에는 기존 한화생명e스포츠 유튜브에 업로드 된 다큐멘터리 시리즈와 별개로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에피소드와 미공개 영상이 포함돼 특별한 볼거리가 됐다.

한화생명e스포츠 2023년 로스터. LCK


한화생명은 올해를 앞두고 열린 스토브리그에서 ‘슈퍼팀’이라는 별명을 얻었었다. ‘LoL 2022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인 DRX에서 황성훈, 김건우를 영입하고, 중국 ‘LoL 프로 리그(LPL)’의 에드워드 게이밍(EDG)에서 최상위권 원거리 딜러 박도현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올스타급 선수들이 한 데 모인 모습에 분석가들과 팬들은 이 조합으로 어떤 성적까지 거둘 수 있을지 저마다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최종 4위, 서머 최종 4위에 그쳤다. 이어진 2023 롤드컵 선발전 최종전에서도 디플러스 기아에게 1대 3으로 패배하면서 이르게 한 해를 마치게 됐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한화생명 팀 구성원 모두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성적 속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 고뇌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또한 지난 6월 주장이었던 ‘클리드’ 김태민의 사생활 논란으로 팀이 최악의 위기를 겪은 시기까지 가감없이 묘사됐다. 김태민을 대신해 급히 2군에서 콜업된 조승훈이 등장한 뒤부터는 그의 관점과 감정선에 따라 서사가 전개됐다.

조승훈은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전임자를 압도하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팀을 서머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강팀인 KT 롤스터와 젠지e스포츠를 넘지 못했고, 신인 특유의 좁은 챔프폭을 극복하지 못하는 등 한계도 노출했다. 결국 팀이 롤드컵 진출에 실패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 짓는 조승훈의 모습도 스크린에 담겼다. 이젠 더는 뛸 수 있는 경기가 없다는 현실이 모두에게 충격과 절망을 주는 장면도 흑백으로 연출됐다.

무거운 장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 영상 초반에는 동료들과 코인 노래방에 방문한 박도현이 진중한 평소 모습과 달리 상상 이상으로 뛰어난 노래 실력과 과격한 춤사위를 발휘해 관람객들의 환호를 불렀다. 황성훈이 비시즌에 휴식하는 장면에는 그의 어머니가 등장해 반려견을 ‘킹겐 동생 닝겐’이라고 불러 관람객들을 빵 터트렸다. 또한 황성훈은 프로 선수로서의 철학을 넘어 인생관이 드러나는 진중한 인터뷰로 이목을 샀다.

다큐멘터리에서 제일 잘 드러나는 키워드는 서로를 챙기고 위하는 ‘진심’이었다. 시즌이 마무리됐음에도 김건우, 박도현, 황성훈, 김정민이 서로에게 격려와 존경을 보내는 인터뷰에서 그들의 동료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팀에 뒤늦게 합류해 무거운 짐을 짊어진 조승훈에게 4명의 형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모습 또한 따뜻했다.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엔딩이 정해져 있던 다큐멘터리였던 만큼 현장에 있던 관람객 모두 슬픈 감정을 피해갈 수 없었다. 어느 여성 팬이 인터뷰에서 서럽게 울며 “선수들이 웃으며 경기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 조승훈이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형들에게 미안하다며 우는 장면에서는 훌쩍이며 눈물을 보이는 관객도 다수였다.

그렇지만 지난 1년의 도전 과정과 추억을 돌이켜보며 금방 웃기도, 열을 내기도, 즐거워하기도 했다. 팬들과 선수단이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여전히 서로를 응원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SUPER DIVE’를 담당한 김철규 PD와 정지숙 작가가 소회를 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중반부터 주인공 역할을 한 조승훈도 관람 소감을 남겼다. 사진=차종관 기자


다큐멘터리 상영 이후에는 GV가 진행됐다. 진행은 ‘단군’ 김의중 캐스터가 맡았다.

김철규 PD는 “중간에 큰 일(김태민의 이탈)이 있었을 때는 ‘멘붕’도 왔었다. 편집하면서 조마조마했다”고 소회를 전하면서도 “영상을 통해 선수들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다”며 제작 의도를 전했다.

정지숙 작가는 “서머 1라운드 7경기(김태민의 이탈 직후) 당시 대기실에 갔다. 당시 굉장히 힘든 상황 속에서도 팀 모두가 힘을 내는 모습을 보며 정말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남겼다.

선수단은 팬들의 포스트잇을 읽고 답변하며 Q&A 시간에 임했다. 최인규 감독과 이재하 코치가 소감을 남기는 모습도 보인다. 사진=차종관 기자


이어진 Q&A 시간은 사전에 팬들에게 접수한 포스트잇을 읽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은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이야기였는데, 덕분에 선수들과 팬들은 편한 분위기 속에 담소를 나눴다.

조승훈은 무서운 형과 동생 삼고 싶은 형으로 각각 박도현과 김정민을 골랐다. 그는 “게임할 때 박도현이 화를 많이 내서 무서웠었다. 카메라가 없을 때 많이 나대는 김정민을 동생 삼고 싶다”고 발언해 팬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곧 다가올 박도현의 생일에 뭘 준비했냐는 질문에 김정민은 “내가 선물이다.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해 박도현의 표정을 굳게 만들었다.

진지한 질문도 있었다. 힘든 상황이 있을 때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에 황성훈은 “힘든 상황 속 드는 생각에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며 “실패는 실패로 내버려두는 습관을 들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성숙한 답변을 남겼다.

조승훈은 LCK 데뷔 이후 행복했던 순간으로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디플러스 기아를 잡고 팀을 3위에 올려놨을 때’를 꼽았다. “데뷔 후 내게 첫 패배를 안겨준 상대가 ‘캐니언’ 김건부였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그를 이기자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 복수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항상 응원하는 팬분들이 있기에 저희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가 존재한다. 항상 너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남겼다. 최 감독 역시 “선수단이 1년 동안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굉장히 뜻깊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 선수단 그리고 여기 와주신 팬분들 굉장히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면서도 “여기가 끝이 아니다. 내년에 또 더 큰 꿈을 위해 이제 걸어나갈 선수들을 위해서 많은 응원과 격려의 말씀들을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선수들이 럭키드로우를 진행하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모습. 사진=차종관 기자


이후에는 럭키드로우가 진행됐다. 운이 좋은 팬들은 키보드, 헤드셋, 마우스 등의 경품을 여럿 받아갈 수 있었다. 계획에 없던 선물을 받은 팬들은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밝게 웃었다. 모든 행사가 끝나자 관람객 전원은 단체 사진을 촬영한 후 귀가했다. 선수들은 퇴장구 앞에 서서 마지막까지 팬들을 배웅했다.

현장에 함께한 이희수(24)씨는 “오늘 자리에서라도 선수들이 웃는 모습을 봐서 좋았다. 좋은 행사와 다큐멘터리를 마련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 선수들의 진심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은애(27)씨는 “다큐멘터리 내용이 생각보다 적나라했다. 그간 있었던 일들을 다 고스란히 솔직하게 담아내면서 팬들의 심정을 이해해주시는 걸 느꼈다. 구단한테 많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종목에서는 이러한 행사 기회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선수들과 팬들이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며 행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여러 팬들이 귀가하기 전 “다들 오래오래 선수 생활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쿠키뉴스에 남겼다.

상영회가 끝나고 관람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차종관 기자


용산=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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