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때아닌 고성이 오갔다. 여야 의원들의 의견 충돌로 인한 게 아닌 질의하는 국감 위원과 피감기관장 간의 설전이었다. 입법부의 견제를 받는 행정부의 수세적인 태도를 벗어나 제 말은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회 무시’ 기조가 그대로 드러났다.
김문수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경사노위 정상화 지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겠지만, 의원이 그러면 할 생각 없다”며 “그런 말씀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왜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느냐”고 역정을 냈다. 또 “국정감사 위원이면 품격을 지켜 똑바로 하시라”라고도 했다.
앞서 노웅래 의원이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서 탈퇴한 것을 두고 관계 회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 한국노총·민주노총 관계자들은 몇 번 만났느냐 물은 것에 관한 일종의 항변이자 반박이다. 특히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담겼다.
노 의원은 앞선 질의 과정에서 민주노총·한국노총을 공식적으로 만난 적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김 경사노위 위원장은 “대여섯 번 이상 만났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왜 거짓말을 하시느냐”며 “거짓일 경우 책임지셔라”라고 했다.
박정 위원장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설전은 얼마간 이어졌다. 이를 지켜본 여야 의원들의 말싸움까지 번지기도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국회 무시 행태를 환노위원장이 엄중히 경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윤 의원은 “방금 경사노위 위원장의 태도는 심각한 문제”라며 “국회 국감 증인으로 참석해 질의하는 의원과 싸우려고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어떻게 소리를 지르면서 똑바로 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거짓일 경우 책임지라는 노웅래 의원의 말이 무슨 하자가 있느냐”며 “위원장이 경고를 주고, 따르지 않으면 퇴장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의 거센 비판에 모두가 자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지금 서로가 너무 공격적이다”며 “경사노위 위원장도 문제가 있지만 질의하는 의원들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환노위만큼은 막말하지 말고 기분 좋게 질의가 이어지도록 하자”고 당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