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 등 국내 금융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통신사나 호텔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비금융 사업이 확대될 경우 해외 부실이 국내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영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 자회사 인수·설립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현지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은행, 여신전문회사, 핀테크사 등의 해외 금융회사 및 비금융회사 출자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현재 국내 규제는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은행지주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은행도 다른 회사의 지분 15% 이상을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은행지주나 은행이 비금융회사에 대한 투자나 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당국은 해외에 한해 이를 완화해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일 국정감사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 당국의 계획이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이 집중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비금융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금융지주 회장이 ‘세컨 마더 마켓’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활발한 인도네시아는 금산분리 규제 자체가 없어 비금융 사업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사 포인트로 인도네시아 호텔을 예약하거나 USIM칩을 구매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며 “다양한 연계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금융사의 해외 비금융 사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해외에서 발생한 위험이 국내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부실이 국내로 전이될 경우 이미 과도한 가계부채와 대출로 연명하고 있는 기업 부실 문제가 일거에 분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해외진출이라는 명분으로 은산분리의 원칙이 무너져 은행의 해외 비은행 계열사가 허용되면 은행부실화와 제2의 IMF구제금융 사태가 재발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의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되어 은행의 건전성을 약화시키는 것을 막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금융사들은 국내 시장이 포화되고 ‘이자장사 비판’에 영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해외에서라고 수익창출 기회를 달라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 해 체력이 떨어지면 위기 상황에서 위험을 막는 버퍼 역할을 하지 못 한다”며 “국내에서 수익 창출이 어렵다면 해외서라도 돈을 벌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