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전주종합경기장 개발 ‘이견’이 나오는 이유

[편집자시선]전주종합경기장 개발 ‘이견’이 나오는 이유

송하진, 김승수, 우범기 3인의 시장 거치며 13년째 표류
롯데에 더 유리한 개발방식 내놨지만 신속 개발 의지 의문

기사승인 2023-10-23 10:16:33
전주종합경기장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MICE산업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내용의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 변경계획안’이 전주시의회 문턱을 넘었으나 반대 목소리가 높아 시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사업 방향이 바뀌면서 10년 넘게 표류하다 전주시의회 본회의에서 표결까지 가는 진통 속에 가결됐지만 뚜렷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아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전주시가 의회에 제출한 종합경기장 개발 방향은 ‘종합경기장 이전사업’에서 ‘종합경기장 MICE복합단지 개발사업’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기부시설을 기존 ‘제1종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에서 ‘전시컨벤션센터’로 변경하고, 수익시설을 쇼핑몰을 제외한 백화점과 호텔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사업방식도 당초 전주종합경기장 전체 부지(12만 715㎡)의 약 53%인 6만 3786㎡를 양여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에서 약 27%인 3만 3000㎡를 대물로 변제하는 대물변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변경계획안에는 총사업비 3000억원 중 민간자본은 2000억원, 시는 1000억원을 부담하고, 사업기간과 착공기한을 명시하며, 명확한 업무 분담(전주시-계획수립 및 공공시설 설계 등 용역추진, 민간사업자-공공시설 시공 및 수익시설 설계·시공)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다시 말해 지난 2011년 말 시의회를 통과한 기존 개발안은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민간사업자에게 넘겨줘 개발하도록 하고, 대신 민간사업자가 1종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지어 전주시에 넘겨주는 기부대양여 방식이었다.

민선 8기 전주시가 추진하는 대물변제 방식은 민간사업자(롯데쇼핑)가 종합경기장 부지 감정가격만큼의 자본을 투자해 MICE복합단지를 건설해주고, 대신 나머지 부지에 백화점‧호텔 등을 지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승우 전주시의원(삼천1·2·3동, 효자1동)은 “우범기 시장의 종합경기장 이전사업 변경협약 추진은 사실상 사문화된 협약서를 살려서 롯데쇼핑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3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결정하지 말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변경협약 중단을 촉구했다.

전주시민회도 전주시가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 변경계획동의안을 밀어붙였다며 민자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변경된 만큼 그에 따른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쳐야한다고 촉구했다.

전주시민회는 “우범기 전주시장의 종합경기장 개발계획은 전임 김승수 시장의 재정사업을 따라하고 있고,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비만 683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어났을 뿐”이라며 “올바른 행정절차는 롯데쇼핑과의 협약해지, 롯데쇼핑의 협약대상자 지정취소, 민자사업 철회, 새로운 행정절차 계획 및 실행”이라고 주장했다.

전북민중행동도 “도심의 노른자위 땅 1만평을 고스란히 롯데쇼핑에 헌납하는 셈으로, 남은 1000억원의 건립자금 또한 오롯이 전주시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며 전주시민의 이익에 반하는 협약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그간 전주 종합경기장 ‘표류 역사’를 살펴보면 2010년 4월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계획 전주시의회 통과, 2012년 6월 민간사업자로 롯데쇼핑 선정, 2012년 12월 전주시와 롯데쇼핑 협약서 체결, 2015년 7월 민간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시민의숲 조성 사업 시의회 통과, 2023년 9월 MICE 산업 복합단지 조성 등 송하진, 김숭수 등 3인의 시장을 거치며 풍파를 겪었다.

전주시는 예산 확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시시설 재협의를 요청하고, 행정안전부에 지방재정투자심사 재심의를 요청하는 등 롯데와의 협약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롯데가 과연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다. 현재 롯데가 국내 백화점 점포 중 중간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전주 백화점에 2000억원의 자본을 투자해 신속히 새 점포를 짓는데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주에서 단일 백화점으로 독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롯데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사업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광주광역시에 제대로 된 복합쇼핑몰 건립을 공약으로 제시한 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경쟁적으로 진출을 경쟁하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현대백화점은 복합쇼핑몰에 ‘럭셔리 명품 전문관’을 입주시키고 챔피언스시티(50만㎥) 안에 ‘더 현대 광주’를 건립한 후 특급호텔, 상업시설이 모여 있는 챔피언스몰, 프리미엄 영화관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스타필드 광주’ 건립을 추진하는 한편 광주신세계 백화점을 확장해 ‘광주 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를 건립한다는 투트랩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은 시민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부지를 장기 임대하는 방식의 2019년 협의안보다 롯데에 더 유리하게 소유권을 넘겨주려 한다는 지적과 절차적 하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민간업자의 상업적 산술에 끌려가고 롯데 앞에서 궁색해지고 초라해지는 전주시의 모습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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