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원장과 만나 “정부의 국정운영 또는 국회의 의견에 대해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측이 비판을 제기하는 순간에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 나선 뒤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1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김 의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 등으로 대내외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국회와 정부가 손을 잡고 국민들에게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대통령께서 국민은 늘 옳다는 말씀을 해주셨는 데 아주 울림이 큰 말씀이었다. 대통령님의 그 말씀에 희망과 기대를 품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정부와 국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함께 운영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의장은 또 “통즉불통(通卽不痛)이라는 말이 있다. 소통하면 국민이 아프지 않게 된다는 말”이라며 “오늘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지속적으로 만나고 협치의 물꼬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어려운 민생 극복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통과 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롯한 협치, 이태원 참사 추모대회 불참 등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우리 야당에 섭섭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 야당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는 문제와 야당과 협치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아쉬움도 큰 부분도 있다”며 윤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아울러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게 야당과 상당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 부분도 대통령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아픔을 좀 위로할 수 있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국가 재정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등 유가족과 희생자와의 만남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홍 원내대표의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여야가 분열의 정치에서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며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대통령께서 늘 강조하시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했다.
이어 “여야가 격렬한 경쟁을 벌일 때조차도 헌법적 가치를 중심으로 통합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야가 지금까지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같은 배를 타고 가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관계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