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으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이 휴전 약 1년6개월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며 중동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의 2030세계엑스포 유치전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예멘 국경에 위치한 남서부 자잔 지방에서 후티군과의 전투로 사우디 군인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지난 몇 주 동안 후티 반군이 사우디 영토에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했다. 사망자 수는 지난해 4월 양측이 잠정 휴전 협상을 체결한 후 최대 규모다.
이번 사건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후 발생했다. 지난 19일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쪽으로 순항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바 있다. 이는 미국 구축함에 의해 요격됐다.
예멘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사우디 영공을 지나게 된다. 해당 미사일이 요격되자 예멘 반군이 반발하며 사우디군을 공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멘 내전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의 여파로 인한 정치적 불안 속에 후티 반군이 예멘 정부를 2014년 수도 사나에서 몰아내며 시작됐다. 후티 반군이 예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우디가 2015년부터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올해 사우디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과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관계에 훈풍이 불었지만, 국경 상황은 여전히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사우디가 뛰어든 2030세계엑스포 유치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위기가 엑스포 유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히는 탓이다. 선례도 있다. 2030세계엑스포 유치에 도전장을 던진 러시아(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오데사)가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를 앞세워 초반부터 공격적인 유치전을 펼쳤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전쟁이 장기화하자 최종 유치를 철회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역시 프로젝트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으로 인해 후보국에서 탈락했다. 사우디도 유사한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외에도 △수차례 불거진 인권 탄압 문제 △엑스포에 대한 시민들의 낮은 유치 열기 △도시 인프라 부족 △사막에 도시가 위치해 기후적으로 불리한 점 등도 사우디의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사우디 국경수비대가 최근 15개월간 아프리카 이주자 수천 명을 학살하고 생존자들의 인권을 참혹하게 유린했다는 국제인권단체의 폭로가 나왔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국경수비대는 총·폭발 무기 등을 사용해 비무장한 이주민을 공격했다. 박격포까지 동원해 수십 명을 한 번에 학살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복수의 유력 일간지는 국경을 맞댄 사우디와 예멘의 악연이 이주자들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12개에 달하는 인권단체는 ‘2030세계엑스포’ 주최 측에 사우디를 유치 후보국 지위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MENA 인권단체의 커뮤니케이션 담당관인 자이납 파야드(Zeinab Fayad)는 BIE에 “만약 사우디의 후보 등록이 통과되고, 2030년 세계 엑스포를 개최하게 된다면 이는 전 세계가 사우디의 끔찍한 기록을 덮어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며 “사우디의 행동은 세계 엑스포의 정신과 완전히 모순된다”고 말했다고 지난 5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보도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한국의 부산엑스포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사우디 내 엑스포 유치가 어려울 것 같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악화하고 있다”라며 “사우디의 2030세계엑스포 핵심 홍보 전략인 ‘네옴시티’ 개발도 확전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