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메가시티 서울’ 승부수를 던지자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총선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여당을 비판하면서도, 편입 대상 지역의 여론을 의식하는 등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김포시가 시민의 의견을 모아서 절차를 진행하면 공식적으로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수도권 민심이 드러난 만큼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총선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는 탄력이 붙고 있다. 경기 김포시에 이어 부천, 하남, 고양, 광명, 구리 등의 서울 편입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민심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승부수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성장률 3% 회복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을 뿐, 논란의 중심인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는 침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 차례나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오늘은 국민들의 삶이 걸려 있는 민생과 경제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주민 여론’ 등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조직적 대응에 망설이는 모습이다.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 역시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라며 “이는 단순히 던질 이슈도, 바로 결정하고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선거 향배를 가르는 승부처다. 21대 총선 당시 위성정당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사상 초유의 의석수를 얻은 비결도 수도권 대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수도권 121석 가운데 103석, 85%를 얻었다. 김포 갑·을 지역구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경기 구리, 광명, 하남 역시 대부분 민주당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른바 ‘서울 위성도시’ 표심의 역풍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모호한 태도를 향한 반발이 제기됐다. 경남 양산에 지역구를 둔 김두관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도 크게 잘못됐다”며 “국민의힘이 서울 확장을 하자고 나오면 분권론과 균형론으로 맞서야 하는데 국민의힘의 서울확장론에 도우미를 자처하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분권정당인 민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망국적 서울 집중을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