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14개월의 재활 끝에 돌아와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취득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9년 12월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50억원)에 달하는 FA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즌을 보냈다.
계약 첫 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리그가 축소됐지만, 12경기 출전 5승 2패 평균자책점(ERA) 2.69로 제 몫을 해냈다. 한 해 최고의 좌완 투수에게 주어지는 워렌 스판상도 수상했다.
2021시즌에는 14승 10패 ERA 4.37로 전년도에 비해 다소 떨어진 성적을 남겼지만, 토론토의 1선발 역할을 착실히 해냈다. 2022년에는 내리막을 겪었다. 그해 6월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생애 2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시즌 아웃 됐다.
약 1년 2개월 동안 재활에 매진한 류현진은 지난 8월 우려 속에 복귀했다. 복귀 첫 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하기도 했지만, 총 11경기에 나서 3승 3패 ERA 3.46으로 준수한 시즌을 치렀다. 구속은 떨어졌으나 특유의 팔색조 피칭을 앞세워 11경기 중 9차례나 3실점 이하로 막았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29로 준수했다.
류현진이 토론토에서 4시즌 동안 기록한 최종 성적은 60경기 선발 출전 24승 15패 ERA 3.97이었다.
토론토와 4년 계약을 마친 류현진은 다시 FA 자격을 획득한다. 류현진은 어느덧 37세의 노장 반열에 접어들었지만, 메이저리그 시장에서 류현진의 가치는 여전히 높아 보인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전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기량이 검증된 30대 중후반 선수의 영입을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래틱의 짐 보든 칼럼니스트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요 FA 선수 40명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보든은 과거 워싱턴 내셔널스 단장을 역임한 바 있다. 보든은 류현진을 언급하며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와 미네소타 트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을 류현진의 행선지로 꼽았다.
또한 지난 5일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닷컴은 ‘올해 플레이오프 11팀에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구단을 선정했다. 이 중 휴스턴 애스트로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탬파베이 레이스, 미네소타 등 5팀이 언급됐다. 우승 경쟁력을 갖춘 팀들이 3, 4선발에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류현진이 다년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선발 투수로서 어느 정도 대우를 받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1년 단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통산 78승을 올리는 등 꾸준하게 활약을 펼쳤지만, 수술 후 첫 풀시즌을 치러야 하는 만큼 다년 계약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년 시즌을 류현진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로 보는 것이다.
류현진의 한국 리턴 가능성도 존재한다. 류현진은 지난 2006년 KBO리그 데뷔 후 2012년까지 7년 동안 한화에서 활약했다. 류현진은 친정팀 한화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다. 미국에서도 한화의 경기를 지켜보고, 비시즌에는 한화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류현진은 지난달 18일 귀국 당시 “마지막을 한화에서 장식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다년 계약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류현진의 거취도 더욱 오리무중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한편 대어급 선수들의 행선지가 결정되는 12월초 윈터 미팅 이후 류현진을 비롯한 준척급 FA들의 거취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