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면 정치생명 끝”…이준석 ‘인종차별’ 논란 일파만파

“미국이면 정치생명 끝”…이준석 ‘인종차별’ 논란 일파만파

이준석, 호남태생 인요한에 ‘Mr 린튼’ 지칭 및 영어 응대
나종호 美예일대 교수 “미국이었으면 퇴출”
이원욱 “혐오정치…인요한에 사과해야”

기사승인 2023-11-07 17:25:2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스터 린튼, 당신은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우리의 일원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특별 귀화 1호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줄곧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응대하면서다. 당 안팎에서는 “명백한 인종 차별”, “해외였다면 정치 생명이 끝났을 것”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이언주 전 의원과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자신을 찾아온 인 위원장을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고 부르며 영어로 응대했다. 당시 인 위원장이 토크콘서트장에 입장했을 때 의사인 그를 향해 “내가 환자 같냐?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도움이 필요한 상태니 꼭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눠보라”고 했다.

또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라며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 달라. 민주주의의 언어로 말해 달라. 제발”이라고 덧붙였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잘 알려진 인 위원장은 195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을 모두 한국에서 나왔고, 한국인과 결혼해 살고 있다. 1991년부터 32년간 신촌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으로 근무한 그는 최초의 한국형 구급차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그간의 공로가 인정돼 2005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2012년에는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됐다.

인 교수 가문 역시 3대째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교육·의료사업에 헌신해온 명문가다. 인 교수는 ‘전남 지역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벨 선교사(1868∼1925)의 외증손자이자, 독립유공자인 윌리엄 린튼 목사(1891∼1960)의 손자다. 

여권에서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채널A에서 “(미국이었으면) 인종차별 스캔들이 퍼지고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윤(비윤석열)계인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극단적인 사고나 언행을 계속하면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 밖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는 해외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이 전 대표와 유사한 발언을 했다면, 인종차별 논란으로 정치적 생명이 끝났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 5일 SNS에 “만약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그것도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그날로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태섭 전 의원 주도의 신당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의 곽대중 대변인은 5일 페이스북에 “‘너는 우리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로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준석 전 대표의 혐오 정치의 부활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인 위원장에게 신속하고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 분열의 정치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인 위원장도 섭섭하다는 반응을 표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6일 채널A ‘라디오쇼’에서 “이 전 대표가 저에게 영어를 했다. 엄청 섭섭했다”며 “그리고 자꾸 다르게, ‘너는 외국인이야’ 이런 식으로 취급하니까 힘들고 섭섭했다. 나를 너무 모른다”고 했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형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최대 5년, 폴란드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한다. 일본의 경우 2016년 오사카, 2019년 도쿄도, 지난 4월 아이치현에서 헤이트 스피치 방지 조례가 만들어졌다. 이와 별개로 일본 국회도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에 관한 추진법’을 제정해 2016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 조합’에서 “모욕을 주기 위해 영어로 한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모든 말을 영어로 했을 것이다. 참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언어 능숙치를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그게 인종차별적 편견이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이 언론에서 발언하신 걸 보면 뉘앙스 하나 때문에 고생하신 적이 굉장히 많다. 작은 뉘앙스 하나가 정치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모르셨던 것 같다. 저는 굉장히 정중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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