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가정에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재택의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신체기능이 저하된 진행성 신경계 질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한 실정이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족의 돌봄 부담까지 경감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사업단(PACEN)은 10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신경계 질환자를 위한 재택의료의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파킨슨병 등 진행성 신경계 질환은 식이·호흡 등 신체 기능이 저하돼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가정에서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재택의료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재택의료란 질병,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의료진이 환자의 집을 방문해 진료와 간호 등을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20년부터 암, 신경계 질환 등 중증 질환자를 위한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가정간호사팀이 방문하는 재택의료 환자는 300명 정도로 이 중 신경계 질환자는 79명이다.
루게릭병 환자들은 재택치료가 절실하다. 조광희 한국루게릭병협회 사무국장은 “루게릭병은 치료제가 없어서 환자들이 집에서 거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데, 현실적으로 가족들이 24시간 케어하는 것은 힘들다”며 “의료진의 재택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투병을 포기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족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라며 “환자가 투병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이 자택에서 계속 보살필 수 있도록 하려면 사회가 힘이 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돌보는 가족간호자를 지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혜연 서울대병원 가족간호사업팀장은 “가족간호자의 일평균 간호 시간은 13.8시간”이라며 “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간호자의 부담감과 우울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낮아지고, 간호자가 여성이고 연령이 많을수록 신체적으로 무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팀장은 가족간호자에게 필요한 지원책으로 △보호자들이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보호자를 위한 정신과적 상담 지원 △기저귀, 생리식염수 등 물품 지원 등을 제시했다.
1차 의료기관 등 지역사회 의료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충형 서울봄연합의원 대표원장은 “재택의료센터를 설치·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의 일차의료 의사들이 일주일에 몇 번 외래진료 대신 방문진료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미충족 의료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대희 서울대병원 의료사회복지팀장도 지역사회 복지자원과 인프라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팀장은 “기존 제도와 각 지역의 사회복지 서비스들이 서로 맞물리지 않고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분절된 복지자원을 연결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정부는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통해 질환별·대상자별 특성에 맞는 재택의료 서비스 지원체계를 갖춰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진행 중인 이 사업을 통해 지난 9월 기준 28개 의료기관이 장기요양 수급자 1993명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25년까지 시범사업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본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선식 복지부 의료돌봄연계TF팀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재택의료 수요가 앞으로 더 높아질 텐데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깊다”며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통해 재택의료 서비스 대상별 평가와 수가, 방문료 등을 산정하는 체계를 갖춰나가는 중이다. 일본 등 해외 사례를 토대로 국내 환경에 적합한 재택의료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