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은행이 운용하는 자산 가운데 ESG 투자액이 1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이 기업의 장기적 가치 증진은 물론 사회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ESG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반면 KB국민은행이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ESG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권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11일 김성주 의원실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총 운용자산 1991조9268억원 가운데 ESG 투자액은 191조7403억원, 9.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말 기준 9.8%에서 다소 줄어든 비율이다.
ESG 투자는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투자를 말한다. ESG 요소는 매우 다양한 사안을 포함하는 만큼 지속 가능한 투자, 사회적 책임 투자, 윤리적 투자, 임팩트 투자와 같은 다른 이름들도 모두 ESG 투자에 포함된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6월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의 14.2%를 ESG 투자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로, 농민‧농업지원이라는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설립 목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농협 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 은행이다.
뒤이어 △신한은행 12.7% △하나은행 8.3% △우리은행 7.2% △KB국민은행 6.7% 순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리딩뱅크’라는 명성에 걸맞게 총운용 자산은 451조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보였지만 ESG 투자 비중은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뒤쳐졌다.
ESG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경영활동을 통해 장기적인 가치를 올리고,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ESG공시의 표준화‧의무화를 통해 ESG투자 저변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공시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법인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ESG 공시 표준화로 정보의 비교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정보 가용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지속가능성 가치 산정이 용이해지면서 ESG투자 저변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장의 자금공급자 역할인 은행과 같은 금융사는 기업의 ESG 경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ESG 투자에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의 ESG경영이 강조되지만 경영진이나 주주의 경우 단기 이익에 매몰돼 이를 무시할 수 있다”며 “금융이 장기적인 상생 관점에서 ESG경영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ESG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5대 은행의 경우 지방은행 보다 ESG투자 비중이 낮아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6월말 기준 부산은행의 ESG 투자 비중은 19.23%, 대구은행은 14.01%, 광주은행 11.22%, 경남은행 9.98%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ESG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추세에 맞춰 ESG 상품·투자·대출을 늘려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