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실제 빈대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빈대에 물린 자국이 맞냐’고 묻거나, 공공장소 이용을 꺼리는 사례가 속속 나오는 등 ‘빈대 공포증’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11일 정부 합동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지난 6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건수는 30여건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에는 충남 아산시 시내 한 원룸에서 빈대가 출몰했다는 2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실제 현장에서 빈대가 확인되기도 했다.
빈대 출몰 신고가 잇따르자 빈대 공포증이 커진 분위기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빈대에 물린 자국이 맞냐’고 묻는 글이 이어진다.
한 인터넷 맘카페에서 작성자 A씨는 “아이가 모기에 물린 것 같다고 해서 봤는데, 모기랑은 다르다. 빈대인 것 같다. 이게 빈대 물린 자국이 맞냐”라면서 “아이 방 침대에 빈대가 있는 건지 생각만 해도 소름 돋고 징그러워 새벽에 틈틈이 가서 손전등을 켜서 살펴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작성자 B씨는 아이 사진을 올려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이 팔등에 빨간 자국이 생겼다. 모기는 아닌 것 같고 간지럽지도 않다고 한다”며 “요즘 빈대가 기승이라는데 너무 걱정된다. 빈대에 물린 거냐”고 물었다.
빈대와 모기 물린 자국은 구분이 가능할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빈대에 물린 자국은 모기나 벼룩의 자국과 비슷하다. 빈대는 주로 옷에 가려지지 않은 팔, 손, 목, 다리 등 노출 부위를 물며, 혈관을 잘 찾지 못해 2~3곳을 연달아 물어 때때로 일렬이나 원형으로 자국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빈대에 물리면 황반구진, 소낭, 수포 등 홍반성 피부병변이 나타난다.
전문가는 빈대와 모기에 물린 자국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모기는 침이 들어간 자국이 보인다. 또 여러 군데 동시에 물리는 경우는 드물다”며 “반면 빈대는 흡혈량이 많아서 모기에 물린 것보다 훨씬 많이 부풀고, 침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연달아 흡혈하기 때문에 자국이 일렬이나 원형으로 생겨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빈대에 물린다고 해도 건강상의 큰 위험을 초래하진 않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최재은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물릴 경우 즉시 병원에 갈 필요는 없고 대신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방역이 중요하다”면서 “병원에서의 치료는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로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쓰게 된다. 심하게 긁어서 2차 감염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엔 국소 항생제를 도포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날로 커지는 빈대 공포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교수는 “지하철 의자를 바꿔야 한다거나 빈대 물린 자국이 맞냐고 묻는 등 예민한 반응이 많은 것 같다”면서 “물린다고 해서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하지 않고, 2차 피부 감염이 심하지 않는다면 흉터도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에도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고 올해 보고된 사례가 30건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빈대에 물리는 건 드문 사례일 것”이라면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물린 자국이 여러 군데고,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면 빈대를 의심해 볼 순 있다. 침대 주변이나 가구 등 주요 서식 장소에 손전등을 비춰봤는데 빈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불안감을 덜어도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