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을 대표하는 차기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두고 금융권 전직 최고경영자(CEO) 5명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임영록‧조준희 등 ‘올드보이’의 귀환으로 선후배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가운데 그동안 은행권이 보여온 ‘현직 우선’ 기조가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16일 3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1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회추위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과 4대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11개 회원사 은행장이 참석한다. 선정된 최종 후보는 23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사원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된다.
회추위는 앞서 지난 10일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6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윤 회장은 고사 의사를 밝혔다.
남은 5명의 후보 가운데 박진회‧손병환‧조용병 3인은 최근까지 현직에서 활동한 인물들이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3월, 손병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현직에서 활동했다.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도 2020년 10월까지 은행장을 역임했다.
은행들이 은행연합회장으로 현직을 선호해 왔다는 점은 이들에게 강점이다. 은행업의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직이 은행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태영 전 은행연합회장은 김광수 현 회장 선임 당시 “현직에서 하는 것이 다들 바람직하다고 이해한 것 같다”고 당시 은행장들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 김광수 현 은행연합회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 중에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선임됐으며, 앞서 김태영 전 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난 지 3년, 하영구 전 회장은 2달 만에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은행연합회장을 결정하는 은행장들이 산업 흐름을 파악하고 대응이 수월한 현직에서 물러난 지 오래돼지 않은 인물들을 선호해왔다는 의미다.
이러한 점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한다. 임 전 회장은 2014년 10월, 조 전 행장은 2013년 12월 각각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 전 회장과 조 전 행장이 금융권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각각 9년과 10년간 경력에 공백이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로 은행연합회장에게 정부와 소통능력이 강조되는 점은 두 명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임 전 회장은 관료출신이며, 조 전 행장은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금융권 인사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최근까지 현직에서 활동했다는 점은 각종 금융사고와 제재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반대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조 전 회장의 경우 연임을 포기할 당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현직 우선 기조가 작용하는 가운데 정부와의 소통능력이나 영향력 등이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현직에서 물러난 인물들 가운데는 정부와의 소통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