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을 챙겨보고 곧 열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 결과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들이 있다. 홍콩H지수(HSCEI)의 반등을 기대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와 이를 판매한 은행원들이다. 이들은 홍콩H지수의 반등으로 ELS 투자원금 회복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16일 홍콩 거래소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 중 50개의 기업을 추려서 산출한 H지수는 전날 6192.46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2월 1만2100대에서 2022년 10월 5000대까지 떨어진 홍콩H지수는 올해 1월 7700까지 회복했지만 현재 6100대로 다시 내려앉은 상황이다.
홍콩H지수가 1만2000대에서 6000대로 반 토막 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ELS는 만기 안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기준(녹인·knock-in, 원금 손실 발생 구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미리 정해둔 원금과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은행들이 주가연계신탁(ELT)으로 ELS 관련 상품을 취급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상품은 8월말 기준 14조5000억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수익률 하한선인 ‘녹인’ 구간에 진입한 규모도 5조원 이상(5조438억원)이다. 대부분 내년 상반기 3년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상반기 손실금액만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LS는 녹인 구간에 진입했더라도 만기 때 홍콩H지수가 최초 가입 당시 가격의 60~70% 수준을 회복하면 원금 손실은 피할 수 있다. 2021년 홍콩H지수가 1만2000일 때 판매된 ELS는 지수가 최소 7000대를 회복해야 원금을 보장 받을 수 있다. 한 ELS 투자자는 “은행에서 홍콩H지수가 내년 4월 7600을 회복해야 원금보장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천단위로 투자해서 원금만이라도 돌려받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해결책 없는 은행권, 홍콩H지수 회복에 ‘올인’
“내년 2월 되면 지점으로 찾아오는 항의 고객들이 많을 겁니다. 난장판 될 거에요” (시중은행원)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의 손실이 예상되면서 이를 판매한 은행들도 비상이다. 내년 대규모 원금손실이 확정될 경우 고객들의 불완전판매 항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에는 이미 ELS를 전화로 판촉하거나 74세 노인에게 팔아 원금이 전액 손실 처리된 사례를 두고 불완전판매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은 2021년 3월 금융소비자 보호법 실행을 앞두고 손실 가능성이 높은 ELS가 판매된 만큼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녹취는 물론 자필 서명 등 판매과정이 한 층 강화돼 불완전판매 여지가 적다는 설명이다. 다만 은행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고객 투자손실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감독당국과 정치권이 행동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은행별로 태스크 포스(TF)를 꾸려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홍콩H지수 상승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의 대응은 고객들에게 손실 상황 안내를 강화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서 고객 손실이 확정되면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대체 상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ELS 손실을 확정하고 새 상품에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공모형식이기 때문에 만기연장도 어렵다”며 “투자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만기 전까지 홍콩H지수가 상승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토로했다.
ELS 투자자와 은행원은 이에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미중관계 개선, 중국 공산당의 3중전회를 통한 대규모 부양책 발표 등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5년 은행 ELS 손실 사태 당시 만기 시점에 극적으로 홍콩H지수가 상승하면서 대부분 원금을 회복했다”며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지수 상승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