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4법 통과돼도 두렵다…여전히 학교에 남은 숙제

교권4법 통과돼도 두렵다…여전히 학교에 남은 숙제

기사승인 2023-11-15 21:48:36
숨진 서이초 교사 유가족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밤 10~12시, 새벽 4~6시 학부모의 전화·문자 폭탄에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죄책감·무력감·모멸감이 들었습니다. 잠들기 위해 소주 8병을 마시며 술에 의지하다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 A씨)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 유족과 교사들은 “학교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라는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 4법’ ‘학생생활지도 고시안’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악성 민원, 홀로 버틴 교사들

‘교권 4법’ ‘학생생활지도 고시안’ 등 사회는 변했지만,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받은 교사들의 고통은 여전했다. 15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교육정상화 전략기획팀’, 공교육정상화 해외홍보팀 ‘K-TEACHERS’가 외신기자클럽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서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 A씨는 “(신고당했을 때) 처음엔 정말 제가 뭔가 잘못이 있는 줄 알았다. 죄책감이 들었다가 나중에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 무력감이 들었다. 교사 자격을 운운하는 모독성 발언에 모멸감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끝없는 학부모 연락에 불면증까지 앓고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21년차 교사 윤모씨는 지난해 생활 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로부터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당했다. 형사·민사 소송에서 무혐의 결과가 나왔지만, 고통은 지워지지 않았다. 교사이자 엄마인 그는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다. 윤씨는 “아직도 사건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학부모가 어떤 괴롭힘을 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직도 있다”고 토로했다.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임지혜 기자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해 아동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교사들의 생각이다. 공교육 정상화 전략기획팀 교사 김상규씨는 “교육부는 지난 9월1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시행했지만, 이후에도 학교 현장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18일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실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 범위, 방식 등을 정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 9월1일부터 시행했다. 또한 국회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학교 민원은 교장이 책임지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교권 보호 4법(초중등교육법·교육기본법·교원지위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김씨는 “교권 4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교사들이 집회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아동복지법은 아직 개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오늘도 학교 폭력을 제지하는 과정에 (욕설하는 학생에게)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여전히 이것만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의 범위가 모호해 법적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법적 대응과 교원 보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협의회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박상수 변호사도 “법률가 사이에서도 ‘무엇이 정서적 학대인가’인지 의견이 갈린다”며 “이러한 조항들이 교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서적 학대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거나 ‘아동 학대 목적’을 추가해 교사가 교육할 목적, 학교 폭력을 조사할 목적으로 한 행위는 아동 학대 범주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현행 아동학대법은 ‘아동에게 지하철 구걸을 시킨 행위’ ‘장애 아동을 이용해 서커스 공연을 하게 한 행위’와 정서적 아동학대 법정형이 같다”며 “아동복지법 개정이 없다면 교사들을 대량 고소하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숨진 서이초 교사 유가족 측과 교사집회 주최 측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클럽과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교사 유가족 “억울함 밝힐 것”

남겨진 이들의 고통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이초 사망 교사 유가족도 참석했다. 14일 사건이 범죄 혐의점 없이 수사 종결된 것에 대해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숨진 서이초 교사의 사촌오빠인 박두용(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씨는 “경찰은 무혐의를 발표하면서 ‘동생에게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 등의 발표를 했지만 세부 내용은 대부분 거짓이나 확인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말했다. ‘무혐의에 대해 유가족이 동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씨는 다른 교사 유가족과도 연대한다고 밝혔다. 8월 말 숨진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 교사 유족과도 연대하고 있다는 그는 “법률적, 행정적 절차와 더불어 고인을 사망에 이르도록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들에게 법적인 처벌을 진행할 것”이라며 “억울함을 명명백백히 밝힐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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