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재계총수까지 총출동…부산엑스포 유치전 ‘막판 스퍼트’

尹대통령·재계총수까지 총출동…부산엑스포 유치전 ‘막판 스퍼트’

尹, 23일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부산엑스포 막바지 총력전
재계 총수까지 유럽 총 출동
28일 엑스포 개최지 최종 투표…막판 표심 잡기
“5개월 전부터 부산엑스포 유치 진정성 담은 메시지 기획”

기사승인 2023-11-20 14:40:23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 명운을 가르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의 지휘 아래 정·재계가 승기를 잡기 위한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회원국 대표들을 만나 일일이 설득하는 등 마지막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부산 세일즈’가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23일 프랑스 파리로 직접 향한다. 2030세계엑스포 개최지 선정일을 목전에 둔만큼, 마지막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파리의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직접 영어 프레젠테이션(PT)를 하는 등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펼친 지 5개월 만의 재방문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2박4일 일정으로 파리에 머무르며 각국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들과의 오찬, 국경일 리셉션 등을 가진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희망하는 한국의 강력한 의지와 유치 역량을 설명하며, 마지막 엑스포 지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투표하는 BIE 회원국 대표들을 직접 접촉할 것”이라며 “이러한 정상 차원의 ‘전략적 아웃리치’는 지지국을 아직 정하지 않은 나라들과 부동표의 표심을 돌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톤령.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유치위를 비롯한 정부·재계의 전폭적인 ‘엑스포 외교전’은 성공적인 유치 기류를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 순방 때마다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하는 등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왔다. 해외 순방마다 파트너국을 대상으로 종횡무진하며 엑스포 지지를 얻기 위한 스킨쉽에 나섰다.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 강행군 속에서도 부산 엑스포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 6월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BIE 총회에서는 대한민국 PT연사로 직접 나서 약 9분 간 영어 연설도 진행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경쟁국 누구도 택하지 않은 ‘보답’ 테마를 택했다. 과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던 부산이 오늘날 ‘글로벌 항구도시’로 거듭났으며, 한국은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총 1258개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큰 박수를 끌어냈다.  

파리엑스포의 상징인 에펠탑앞에서 LG전자의 ‘부산엑스포 버스’ 제막식. 좌측부터 김혁기 LG전자 파리법인장, 장성민 대통령특사 겸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유원 LG전자 부사장. 사진=LG전자 제공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발맞춰 정부도 엑스포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다. 윤 대통령은 장관급 인사들을 대통령 특사로 급파해 유치 교섭 활동을 하도록 했다. 이중 한 명인 장성민 대통령 특사 겸 미래전략기획관은 파리TF를 현지에서 총괄 지휘하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지막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장 특사는 지난해 7월 유치위 출범과 함께 실무 책임을 맡아 최일선에서 활약해왔다. 현재까지 170개국 지도자와 만나 지지 확보에 총력을 다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른바 ‘코프리칸’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공을 들였다. 표심이 유동적인 국가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전략을 제시해 유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12일부터 오는 15일까지 2박 4일 일정으로 파리를 찾아 BIE 회원국 대표들과 만났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2~3일에 이어 일주일 만인 10~11일 다시 파리를 다녀왔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13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베냉과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 2개국을 방문했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체코에서 부산 지지를 요청했다.

한 유치위 관계자는 “이같은 엑스포 전략은 이미 5개월 전부터 기획됐다. 메시지 하나 하나에 부산엑스포 유치의 진정성과 비전을 담았다”라며 “경쟁국들이 한국의 진행 상황에 대해 당황한 기류를 포착했다”라고 전했다.
재계 총수들 숨가쁜 부산 유치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BIE 회원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도 활발한 ‘막판 지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최근 유럽으로 총출동했다. 윤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함께 하며 엑스포 결정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그간 재계 주요 인사들은 지난 1년 내내 세계 각국을 돌며 일대일 접촉을 하는 등 유치전에 힘을 다해왔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한국은 아프리카·중남미와 태평양 도서국까지 직접 찾아가 발로 뛰는 모습을 보이며 의지를 피력하자는 판단에서다.

투표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오프라인 홍보에 열중하는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지원사격도 한창이다. 최근에는 2030대의 ‘부산엑스포 버스’가 유치 염원을 싣고 파리 시내 곳곳을 달리는 홍보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노선으로 구성된 부산엑스포 버스는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상젤리제 거리 등 파리 도심에 위치한 대표적 명소뿐 아니라, 파리 외곽까지 누비며 ‘달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주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NewYork Times)에도 부산엑스포 광고가 실렸다.

특히 한국은 유치전 키맨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의 표심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란 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아프리카 55개국과 중남미 20개국, 동남아시아 11개국, 중앙아시아 6개국, 태평양 도서 지역 16개국 등이 포함된다. 미국·러시아·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표심 못지않게 이들 국가의 전략적·개별적 이해관계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프리카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가장 강력한 ‘표밭’으로 꼽힌다. 2030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 참여할 BIE 회원국 가운데 유럽과 함께 가장 많은 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30세계엑스포는 BIE 1국 1표의 투표권 행사로 최종 장소가 결정된다. 특정 국가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BIE 회원국은 최근 가입한 북마케도니아와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포함해 총 181개국이며 이 중 아프리카 국가는 49개국에 달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유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세계 주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NewYork Times)에 부산엑스포 광고가 실렸다. 뉴욕타임스 캡처

내년 모든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목표의 일환이다. 대한민국은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발전, 개발협력, 식량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 각 국가들의 발전에 중요한 현안을 체계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개발협력(ODA)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압축적인 경제성장 전략과 경험을 저개발국에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물고기 잡는 법(How to fish)’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매우 큰 표밭이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관심 이슈가 라이베리아 선거라는 점에서 뉴욕타임의 아프리카 핫 이슈 기사에 부산엑스포의 비전을 전하는 광고의 등장은 말로 표현하는 그 어떤 것보다도 많은 의미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의 진정성은 내년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논의되는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월 한·아프리카 재단은 프랑스 파리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외교부와 공동으로 파리 페닌슐라 호텔에서 ‘아프리카-한국 비즈니스 서밋’도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전략과 상호 협력 방안 모색이 이뤄졌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부산엑스포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레이스 초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기울었던 판세가 현재 대한민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로 이뤄진 검색어를 분석하는 구글 트렌드에서도 부산엑스포의 검색 빈도수는 경쟁국을 앞질렀다. 부산엑스포에 대한 검색 빈도 수치는 26으로 후보 도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음이 로마(21), 리야드(8)순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과 유치위, 경제계, 부산시 등의 종합적 활동이 한국의 유치에 대한 관심 여론을 모았다는 평가다.

일부 유치위 관계자는 다수의 BIE 회원국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경험과 노하우, 축적된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국제 여론이 부산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중앙·지방, 민·관이 한 마음으로 유치전에 사활을 건다면, 개최국 선정 투표 당일 ‘역전극’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다.

한편 2030세계엑스포는 부산을 포함해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총 5개국이 신청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탈락하며 현재 한국, 사우디, 이탈리아의 3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 중 사우디 리야드가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로 꼽힌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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