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3중고에 빠졌다. 최근 당 행사 홍보를 위한 현수막 문구 시안에서 ‘청년 비하’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소속 의원의 ‘암컷 발언’으로 여성 비하 파문이 확산하면서다.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탈당 러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당내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일주일 사이 청년 비하, 여성 비하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 17일 당의 ‘갤럭시 프로젝트’ 일환으로 게첩된 현수막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년들을 무지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설치는 암컷’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그걸 능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컷 비하는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지도부는 22일 국회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의원의 ‘당원 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총선을 앞둔 만큼 발 빠른 징계 결정으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상식’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2030청년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며 “맥락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못한 어설픈 홍보기획을 해명하려다 더 큰 비난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 역시 민주당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서 벌어진 ‘설치는 암컷’ 발언을 둘러싼 설전에 대해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몸서리 쳤다. 이어 “거기에는 인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쓰레기만도 못한 저급한 이야기들이 오간다”라며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도덕적 기준을 추락시킨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회의감을 내비쳤다.
탈당 후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을 탈당한다면 국민의힘에 가는 것을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다”라며 “나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 (민주당에) 정나미도 떨어졌고 당내에선 내 공간도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별도 모임을 출범시키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지난 4일 ‘원칙과 상식’이란 이름의 모임을 출범한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친명 지도부가 좌우하는 정당 운영과 개딸의 집단행동에 침묵하는 이 대표의 행태를 직격했다. 이재명 대표 방탄 정당 탈피, 강성 팬덤 정치와의 결별 등 당의 결단도 촉구했다.
12월 이후 탈당 등 이탈을 감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민물고기로 담수에 들어왔는데 지금 (당이) 소금물이 돼서 숨을 쉴 수가 없다. 당 상황이 질식할 지경”이라면서 “(당을 바꾸기 위해) 12월까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연일 진화에 나서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드리고, 당의 입장과 관계없는 무분별한 주장으로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원내대표인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전날(21일) 조정식 사무총장도 최 전 의원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고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