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황성미 허익수 부장판사)는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일본 정부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 일본에 대한 재판권 인정이 타당하고 당시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인정되며, 이에 따라 합당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매일 수십 명의 일본 군인들과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당했고, 그 결과 무수한 상해를 입거나 임신·죽음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다. 종전 이후에도 정상적인 범주의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의 행위는 대한민국 민법상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나온 이 할머니는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나서면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감사하다.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이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난 2016년 12월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 쟁점은 다른 국가인 일본이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느냐였다. 2021년 4월 서울중앙지법은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다.
반면 같은 해 1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1차 소송에서는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가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한 것과는 대조됐다. 일본 정부가 무대응 원칙을 앞세워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