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이자감면 정책...빚 폭탄 돌리기 우려

자영업자 이자감면 정책...빚 폭탄 돌리기 우려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늘고 연체율 급증
정부, 은행권에 최대 2조원 이자감면 주문
이자감면 일시적 대책, 중장기 출구전략 필요

기사승인 2023-11-24 06:00:16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자영업자의 이자를 감면해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역대 최대 수익을 거둔 은행권을 향해 최대 2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이자감면을 주문한 것.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자영업자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시기부터 계속되는 저금리 정책이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을 지연시키는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활동인구 4명중 1명 자영업자, 빚으로 버틴다

500만명이 넘어서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와 경기부진을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 모아 버텨왔다. 여기에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계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 이는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의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은 1년 사이 43조3000억원(6.2%) 불어났다. 다중채무자 수도 177만8000명까지 증가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원으로 2020년 1분기(4억3000만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더 큰 문제는 원리금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연체율은 1.78%로 1년 전 0.75% 보다 2.4배 올랐다. 이에 따라 연체액도 5조2000억원에서 13조2000억원까지 급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8대 은행지주회장들과 만나 최대 2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이자감면 지원을 주문했다.   금융위원회

정부, 절벽에 몰린 자영업자 이자감면 추진

정부는 자영업자 지원이 급박한 것으로 보고 이자감면 정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시기 은행권의 원금·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통해 자영업자 지원에 나섰던 정부는 이번에도 은행권의 지원 유도에 들어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8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JB·DGB금융)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이자감면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역대급 이자이익이 국민들의 부담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지적하면서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부담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는 내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다시 저금리 대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기재부는 내년 취약차주 1만명을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대출을 신설하고 경영안정 정책자금 융자 3000억원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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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견뎌라’ 출구 전략은 언제

이자 감면 정책이 자영업자들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고금리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금융위는 전날 “각국 중앙은행들이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고금리 장기화를 우려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자감면 정책이 계속될 경우 오히려 향후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을 막기 위해 이자를 감면할 경우 당장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대출이 더 늘어나고 향후 부실이 되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순덕 주빌리은행 이사도 지난달 이와 관련해 “계속 문제를 대출로 해결하는 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일뿐”이라며 “한계채무자에게 대출 연장이 아닌 채무조정으로 부채를 정리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지원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liquidity support) 중심에서 채무이행 지원(solvency support)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먼저 소득이 회복된 자영업자는 자발적으로 대출을 상환하도록 유도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 폐업지원 및 사업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업을 정리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

한은 관계자는 이를 위해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구(배드뱅크)의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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