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상환 능력이 없는 60대 신혼부부에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계속해서 공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정책 오류를 지적 받았지만 시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24일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60대 이상 신혼부부들이 계속 받아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금융위가 정책오류를 시인했음에도 시정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23일 강훈식 의원실에 제출한 ‘50년 만기 정책금융 주택담보대출’에 따르면 올해 9월과 10월 두 달간 60대 신혼부부 3쌍이 추가적으로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등 고령층의 50년 만기 주담대 이용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민간에서 하는 50년짜리 만기 대출은 집이 있는 사람에게도 50년 만기로 대출을 내주고 연세가 있어도 50년 만기로 변동금리로 대출해 줬다”며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은행을 비판했다. 

이에 강 의원은 “(정부가 취급하는) 50년 만기 정책금융상품도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라는 조건 때문에 60대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의 지적에 김 위원장은 이를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이 맞다면 잘못 운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감 이후 금융위의 제도 개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최근 강훈식 의원실의 국정감사 후속조치 자료 요구에 “제도 운영상황․신청추이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필요 시 제도개선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만 답변했다. 그러는 사이 두 달 동안, 60대 신혼부부의 대출이 추가 취급되고 40대 이상 60대 미만 50년 만기 대출도 604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금융위 지시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취급중단, 연령제한, DSR 산정만기제한 등을 즉각 조치했지만, 대조적으로 금융위는 정책상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지적한다. 실제 금융위의 시정 요구에 하나․우리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즉각 중단했고, 국민은행은 40년 초과 주담대에 대한 연령제한을 신설했다. 동시에 신한․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 모두 DSR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축소했다. 

강훈식 의원은 “금융위가 자신들도 잘못 설계한 정책상품을, 비슷하게 취급한 시중은행만 비판하고 정작 자신들의 오류는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식의 태도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즉시 오류를 시정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