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회장 고문료 감추는 은행들...“임원 아니라 의무 없다”

퇴직 회장 고문료 감추는 은행들...“임원 아니라 의무 없다”

기사승인 2023-11-25 06:00:17
4대 금융지주 본점.   각 사

은행권이 퇴직한 회장이나 행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매년 수억원의 고액 고문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경영 연속성과 영업비밀 보장을 위해 고문 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자 장사’와 ‘돈 잔치’ 비판 속에 은행 임직원의 급여 및 성과급까지 공시되는 상황에 퇴직 임원의 고문료만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모두 퇴임 임원을 대상으로 고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의 전임 회장들이 모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사임한 KB금융의 부회장 두 명도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일반 직원도 그만두면 후임자가 전임 직원에게 업무와 관련해 많은 자문을 구한다”며 “금융지주의 업무 연속성을 위해 새 경영진이 퇴임한 경영진에게 많은 자문을 받는다”고 고문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한 “영업비밀 보호 차원에서 퇴직임원의 재취업을 일정기간 막는 취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사들이 고문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선임 사실 및 고문료 등은 모두 비공개 대상이다. 금융회사 임원의 경우 출생년도부터 상근여부, 담당업무, 주요경력, 소유주식수까지 공개하고 있지만 고문의 경우 수억원의 보수에도 임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공개 의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문직을 놓고 최근 임원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최근 우리금융을 당국에 고발했다. 시민연대는 고문도 임원으로 분류하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임원의 자격과 선임 공시 의무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고발장에서 “금융위원회는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건과 관련해 손태승 전 회장 등에게 문책경고 조치를 내릴 것을 의결해 처분 통지했다”며 “손 전 회장은 2023년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2년간의 고문계약을 맺었고 그 연봉액이 4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책경고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손 전 회장을 임원에 해당하는 고문직에 임명해 임원 자격요건 검토의무 및 공시의무를 위반했다”고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소유가 분산된 은행 등 금융사의 퇴임 회장이나 행장의 경우 일반 고문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임 회장이나 행장의 이사회 영향력이 남아있을 경우 경영에 개입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고문직에 대한 공시 의무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금융권은 이러한 주장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고문을 은행에서만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나 LG와 같은 다른 대기업도 모두 고문을 두고 있다”며 “은행권 고문직은 타 업권의 고문에 비해 계약 기간과 보수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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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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