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정책자금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취약계층인 청년층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현 가계부채 증가세가 취약계층 지원을 중단할 위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보다 14조3000억원 늘어난 187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최대치인 지난해 3분기 1871조1000억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일반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직접 빌린 돈(가계대출)과 신용판매회사 등을 통해 외상으로 구매한 금액(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사채를 제외한 일반가계의 모든 빚을 의미한다.
가계신용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면서 올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2분기 증가세로 전환했고, 3분기에는 역대 최대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를 두고 국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24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가 넘는 상황인데, 모니터링이 계속 필요한 문제”라며 “금융당국이 상황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의 주택 개발, 좁은 국토 면적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며 “지방 정부나 프로젝트 디벨로퍼(개발업자), 은행들이 모두 같이 공조해서 주택 가격을 낮추고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DSR)을 40년으로 단축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의 공급 대상을 축소했다. 또한 전세자금대출 등 DSR규제 적용 예외항목들을 점검하는 동시에 연내 ‘변동금리 Stress DSR’ 도입에 나서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다만 청년층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대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2월 청년 주택드림 청년통장에 1년간 가입하고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가의 80%까지 연 2.2%~3.6%로 대출해주는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을 저금리 주택기금 전세대출로 전환하는 대환대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26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신생아특례대출)도 공급할 계획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정책금융상품으로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연 1.6~3.3% 금리로 최대 5억원 한도까지 대출을 제공한다. 출산을 기준으로 지원 자격이 결정되는 만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정책금융상품은 각종 규제에 예외를 적용받아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이에 정부의 새로운 정책자금 공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한 위원은 지난 9월 “현재 가계대출 증가에 정책금융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개월 동안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도 가계부채가 아직 취약계층 지원을 중단할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가계부채 관리와 취약층 지원 간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토로하면서 “정부는 GDP 규모를 넘는 과도한 가계부채는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아직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