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고교 동창인 배우 이정재씨와 함께 식사한 사진이 공개돼 화제다. 야권 일각에서 ‘정무적으로 기획된 마케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상이 아니다”, “음모론과 죽창이 일상”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현대고 동창’ 한동훈·이정재, 갈빗집서 회동
앞서 한동훈 장관과 배우 이정재씨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갈빗집에서 만나 2시간가량 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만남은 두 사람을 목격한 시민이 사진을 찍은 후,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온라인에 올라온 목격담에 따르면, 음식 포장용 쇼핑백을 나란히 든 한 장관과 이정재씨는 사진촬영과 사인 요청에 응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진 속 한 장관은 후드티에 점퍼를 걸치고 운동화를 신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이씨와 한 장관은 1973년생 동갑내기로, 서울 강남 ‘8학군’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 사이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野 “우연 아닐 것”, “연예인 마케팅…사직서 내라”
민주당은 두 사람의 ‘투샷’이 총선을 위해 연출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YTN ‘뉴스앤이슈’에서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얼마 전에 한 장관 부인도 봉사하는 사진도 언론에 쭉 풀려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건 기획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한 대변인은 거듭 “언론에 저렇게 자연스럽게 풀렸다는 부분은 좀 이상하다”라며 “(한 장관 관련) 비판들이 한 장관 주변에 정무적 기획을 하는 사람들한테 들어갔을 것이다. 그래서 유명하고 저도 좋아하는 이정재 배우와 식사하는 모습을 띄운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이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총선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MBN ‘프레스룸 라이브’에 출연해 “(한 장관은) 법무 행정을 하고 처신을 중립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함에도 사사건건 (민주당에) 시비를 건다”며 “아직은 법무부 장관이니 처신을 제대로 하셨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드린다”고 일갈했다.
이정재씨와 한 장관의 만남에 대해서는 “현대고 동문이라고는 하지만 연예인 마케팅 아닌가”라며 “법무부 장관이 한가하게 연예인 친구를 SNS에 올리나. 저건 (장관직을) 그만두고 나서 하실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본인이 최근 지역을 돌면서 분위기에 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총선 준비를 법무부 장관 옷을 입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빨리 사직서를 내시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함께 출연한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해당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은 한 장관이 아니라 네티즌들”이라며 발언 정정을 요구했다.
현 상황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왜 하필 지금 밥 먹고 사진 찍고 호들갑 떠냐”, “이정재 왜 그랬냐” 등의 글이 다수 게재됐다. 반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지인끼리 밥 먹고 사진 찍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좌표 찍고 집단 린치 가하는 것이 ‘개딸’ 특징인가. 정상이 아니다”, “음모론과 죽창이 일상” 등의 비판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