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모(31·회사원)씨는 최근 10만원대 난방텐트를 샀다. 지난해 이맘때 받은 20만원대 가스요금 고지서의 충격 때문이다. 그는 “한겨울에 반팔, 반바지를 입을 정도로 난방을 한 것도 아니었다. 돈은 돈대로 나가는데 따뜻한 겨울은 보낸 것도 아니라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문씨의 올해 겨울 목표는 온수값만 나오게 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며 청년들의 근심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시작된 가스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난방비를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가스비가 올라서 아껴 쓴다고 적게 나오는 게 아니다”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부 청년들은 난방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난방을 아예 하지 않거나 대체품을 찾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30일 쿠키뉴스가 만난 김정아(29‧회사원)씨는 최근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탈퇴했다고 한다. 최근 물가가 크게 올라 허리띠를 졸라매도 생활이 빠듯한 탓이다. 김씨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검색 끝에 캠핑용 날다람쥐 담요(전신을 덮는 입는 담요)와 털 슬리퍼를 구매했다. 그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최대한 침대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전기요금도 많이 올라 온수매트도 1시간 이내로만 가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생활해야 하나’, ‘보일러 온도를 올릴까’ 생각하다가도 돈 생각하면 멈추게 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이사한 남모(30·회사원)씨가 집을 선택한 기준 중 하나는 ‘새 보일러’였다. 노후됐거나 손상된 보일러는 난방비 폭탄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남씨는 “올해 초 실내온도를 21도로 맞추고 살았는데 16만원이 나왔다”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고지서를 보고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실내온도를 18도로 맞추고 살았더니 겨우 3만원 줄었다. 16만원보다 더 절망적이었다”며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9만원 나올 거 같은데, 뭘 더 아끼고 졸라매야 하는지 서럽다”고 말했다.
비교적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에겐 혹독한 추위보다 난방비 걱정이 더 크다. 지난 5월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등) 평균 월세는 105만6000원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분기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78만3000원으로 월급의 3분의 1을 임대료로 지급하고 있었다. 여기에 고물가 여파로 식비 등 필수 지출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난방비 인상은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비용 지원을 강화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중 추위 민감 계층에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거나 요금 감면 등의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아닌 청년 중에도 난방비 상승으로 인한 고충이 큰 이들은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정부의 X(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도시가스 캐시백’ 관련 게시물에 대한 반응은 청년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시가스 캐시백은 난방비를 작년보다 3% 이상 줄이면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생색내지 마라. 똑같이 써도 요금 인상 때문에 줄어들 수 없는데 뭔 절감을 하라는 거냐”, “이런 거 하다 몸 상해서 병원비가 더 든다”, “여기서 뭘 더 아끼라는 거냐. 가스비를 내려라” 등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전문가는 취약계층 중심으로 진행되는 난방비 지원을 청년 정책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민 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청년은 노동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 청년 정책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면서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청년들의 열악한 상황에 공감대가 형성돼 많은 정책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난방비 지원 등을 청년 정책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아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