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콜센터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상담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했지만 관련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 수준이 고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절감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비자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이러한 AI 기술이 상품판매 등 고도의 상담 영역까지 진출해 우려를 낳고있다.
7일 만난 김모(42세)씨는 최근 KB국민은행 콜센터 이용 경험을 두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평소 방문하던 KB국민은행 지점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 지난달 콜센터에 문의전화를 걸었다. 그는 실제 상담사와 통화하고 싶었지만 통화는 자동으로 AI상담사와 연결됐고, 원하는 질문을 말했지만 AI상담사는 이를 인식하지 못 했다. 이후 실제 상담원과 연결을 원할 경우 원하는 상담항목의 번호를 누르라는 안내가 나왔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상담항목은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수차례 상담을 반복했음에도 결국 실제 상담사와 통화하지 못 했다.
콜센터에 AI상담 기술을 적용한 곳은 비단 KB국민은행에 그치지 않는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KB국민은행을 포함해 국내 5대 은행이 모두 기술 수준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러한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을 넘어 카드사 및 증권사까지 AI상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확인 결과 은행들은 실제 상담사와 연결에 앞서 AI상담 과정을 의무적으로 거치게 상담 구조를 만들어 두고 있었다. 이에 콜센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은행 상담원과 통화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은행의 고객센터 품질 저하 우려로 연결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의 서비스품질 지수(KSQI-콜센터부문)를 보면 국내 산업의 콜센터 품질은 2019년 89.3포인트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2022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잠시 반등했지만 올해 88.3포인트로 다시 떨어졌다. 금융권의 경우에도 올해 1점 하락했다.
KMAC는 품질 하락을 두고 인공지능이 상담사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다고 봤다. 아직 인간이 갖는 상황판단, 감성적인 대화, 창의적인 문제해결 등의 능력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것. 그러면서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담사와 인공지능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서비스 품질과 무관하게 무리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KB국민은행이 용역업체를 줄여 콜센터 상담사 100명을 정리해고 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이 금융·통신 분야 등 전화상담업무 용역계약 입찰공고를 발표하면서 입찰 규모를 현재 정원보다 100여명 줄여 공고에 나섰다는 것. 이는 지난달 17일 KB금융의 신임 회장을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총에서 콜센터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상황까지 불러왔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당시 “AI(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은행의 AI 상담 활용은 최근 상품판매 과정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은행들은 자체 ‘인공지능(AI) 금융상담시스템’을 구축해 상품판매 과정에서 AI가 상품을 설명하고 표준스크립트에 따라 상품 녹취 내용을 분석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직원 없이 AI로만 설명된 건들을 두고 설명이 불충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