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위한 법 개정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전자주주총회 도입 및 물적분할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의 내용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그간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되던 상황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제도 정비로 향후 지주회사에 긍정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내다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전자주주총회 도입과 물적분할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기업 구조 변경 등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인정되는 권리로 회사에 일정 가격으로 주식 매수를 요청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상법 개정은 일반 주주들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경영하기 좋은 기업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경제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제도적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안한 이번 상법 개정안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전자주주총회 도입에 따른 주주총회 활성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이후에도 주식매매대금에 대한 지연이자와 함께 배당금도 교부받게 되는 체계상의 문제점 해소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함으로써 주주보호 강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법무부 개정안을 살펴보면 모든 주주가 전자적으로 출석하는 완전전자주주총회, 소집지 또는 전자적 출석을 선택할 수 있는 병행전자주주총회 방식 등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자적 방법으로 주주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상법 개정안 중 ‘물적분할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상장법인에 먼저 적용됐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상장법인의 이사회가 물적분할을 결의하는 경우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비상장법인 물적분할 시에도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 비상장사가 총자산액의 10%를 초과하는 물적분할을 할 때 이를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해 기업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선진적인 법질서 구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지주회사 위주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는 현상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졌다. 이는 지주회사와 한국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의 핵심 계열사 물적분할 등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다. 일례로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이 재상장 결정을 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가시화되자 모회사 LG화학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핵심 사업 부문이 빠져나가서다.
송은해 한국ESG연구원(KCGS)선임연구원은 “물적분할 이후 존속회사가 신설회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신설회사가 타 법인과 합병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시 분할회사의 사업포트폴리오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러나 소수 주주들은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서 통과된 상장법인처럼 비상장법인에도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다. 분할 전 회사의 기업가치 하락 우려로 인해 다수 일반주주가 반대할 경우, 물적분할 성사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단 얘기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로 인한 분할 전 회사 기업가치 훼손 방지 및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가 정비되면, 향후 지주회사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