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전쟁 앞서가는 미국, 뒤쳐지는 한국

물가 전쟁 앞서가는 미국, 뒤쳐지는 한국

미 연준, 물가 둔화에 금리 인하 시사...내년 3번
한은, 내년 물가 전망치 올리고 긴축 기조 강조
물가 둔화 더뎌 국내 금리인하 시점 늦어질 듯

기사승인 2023-12-14 16:48:31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안정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내년 3번의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덩달아 국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상황. 다만 국내의 경우 물가의 둔화 속도가 여전히 더뎌 금리인하 행보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연준은 14일 새벽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3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는 시장에서 이미 예견된 결정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전망치를 보면 연준의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98.3%에 달했다.

시장의 환호는 미 연준이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4.6%로 제시한 점에서 나왔다. 9월말 제시한 예측(5.1%)보다 최종금리 수준을 낮춰 잡으면서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두 번에서 세 번으로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한 적절한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며 “분명히 오늘 회의에서 논의한 주제이고 언제부터 긴축 강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come into view)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긴축이 종료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연준이 피벗(pivot·정책 기조 전환)을 예고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물가를 잡는데 진전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2.4%, 2025년엔 2.1%로 낮아지면서 2026년에는 목표치인 2.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전망치도 2023년 3.2%, 2024년 2.4%, 2025년 2.2%로 각각 기존 전망치 대비 0.5%p, 0.2%p, 0.1%p씩 낮췄다. 

파월 의장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완화를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주거를 제외한 서비스인플레이션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물가 둔화 진전을 환영한다. 진전을 보이고 있는 점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물가와 싸움을 시작한 이후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긍정적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기준금리 인하 물가에 발목 잡혔다

미 연준의 긴축 종료는 국내 기준금리의 인하 압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을 불러온 주요 원인인 물가를 보면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좀 다르다. 한은이 쉽게 미국의 행보를 따라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7월 2.3%에서 △8월 3.4% △9월 3.7% △10월 3.8%로 3개월 연속 상승하다가 11월 들어서야 겨우 3.3%로 하락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3.8%까지 올라갔던 물가 상승률이 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반전으로 11월 다소 진정된 상황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 하락에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달 3.5%에서 3.6%로, 내년 전망치를 2.4%에서 2.6%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전망치를 인하한 미 연준과 정반대의 행보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원자재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환율도 상승하면서 비용 상승 압력의 파급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의 제한, 유류세 인하 등의 정책 지원은 비용 압력을 이연시킴으로써 향후 물가 상승 둔화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 긴축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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