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금융사 CEO 임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연임 CEO의 임기를 1년씩 부여하던 관례를 깨고 2년의 임기를 부여한 영향이다. 그동안 지주 회장을 제외한 자회사 CEO의 짧은 임기가 단기성과에 몰두하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금융권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19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9명 전원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에 대해서는 연임 임기 2년을 부여했다. 신한금융은 이를 두고 “단기성과 대신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역시 “성과와 역량을 검증 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CEO가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CEO 교체보다는 연임 의사결정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금융사의 CEO는 기업의 전략 및 그에 따른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최종 의사결정자로 CEO의 판단은 기업의 현재 성과 뿐 아니라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내 상당수 금융사 CEO들은 2~3년 사이의 짧은 재임기간을 가진 후 교체되는 상황. 이는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가 부재하고 차별화된 역량 축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우려를 낳는다. 또한 단기성과 중심의 경영으로 소비자 보호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KB금융지주 전임 회장은 이와 관련해 “한국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3년, 6년마다 바뀌는데 오랜 뒤에 성과가 나오는 장기 투자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냐”며 “장기적인 안목 없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어 “2018년 하버드 경영자 리뷰 자료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 재임 기간은 7년”이라고 평소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이번 결정이 연임 임기를 1년씩 부여하던 금융권 관례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강조하고 있어 단기성과 중심의 경영을 장기성과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해 CEO의 임기를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또한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일단은 1년 이지만 앞으로 더 확대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CEO의 임기가 장기화되는데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CEO가 장기 집권하게 되면 기업의 권력이 집중되고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취약하게 만드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가 장기 집권할 때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 방침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며 “친분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인사가 진행될 경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번 신한금융 인사를 두고도 다양한 억측을 낳고 있다. 이례적으로 2년의 임기를 부여받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후배인 만큼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추측이다. 신한자산운용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보다 52.4% 줄어 실적부진 상태에 빠진 점은 이러한 추측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가 장기 집권하면 현실적으로 내부 인사 문제를 두고 논란이 많다”며 “우리나라처럼 학연, 지연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