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지하 저수조에 시신을 숨긴 30대 아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반정모 부장판사)는 22일 존속살해·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김모(3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씨가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직계 존속을 살해한 존속살해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들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할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의 정도는 가늠하기 어렵고, 이 사건 범행들로 인해 피해자 가족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과 피해자의 배우자이자 김씨의 모친이 선처를 탄원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참작했다고 밝히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8일 김씨의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씨가 시체를 은닉하는 장소를 확인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잔혹한 방법으로 아버지를 살해 후 사체를 은닉했다”며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요청했다.
김씨는 지난 5월 2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자택에서 흉기로 70세 부친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은 아파트 지하 2층 저수조 안에 넣어 숨겼다.
경찰 조사 결과, 부모와 함께 살던 김씨는 어머니가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평소 아버지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씨 변호인은 김씨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범행 당시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당시 정신적 장애 등으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1999년 자폐 3급 진단을 받아 장애인 등록을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려 시도한 사실, 경찰 검거 당시 범행을 부인하고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을 들어 김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모친이 여행으로 집을 비운 때를 이용해 범행도구를 구입하고, 시체 은닉 장소를 물색했다. 살해 후에는 범행 장소였던 화장실을 청소하고 전 현관 입구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청테이프를 붙이는 등 범행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