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 민원 1400건 넘어...손실 현실화 ‘암울’

홍콩H지수 ELS 민원 1400건 넘어...손실 현실화 ‘암울’

기사승인 2024-01-14 20:02:11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ELS 가입자들이 은행권의 불완전판매를 규탄하는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은행권에서 판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에 투자자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2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전체 민원 건수는 1410건에 달한다. 접수된 민원 가운데 518건은 올해 제기된 민원이다. 

ELS는 개별 주식 가격이나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주가 또는 지수가 떨어지거나 올라도, 미리 정해진 구간 안에서만 움직이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한다. 미리 정한 수준보다 가격이 내려갈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고위험·고난도 상품이다. 

민원이 집중되는 상품들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홍콩H지수는 2021년 판매 당시 1만~1만2000포인트를 기록했지만 현재 5400대로 반토막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확정된 손실 금액만 이미 1000억원을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홍콩 ELS 총 판매잔액은 총 1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조기상환에 실패해 올해 만기를 맞이하는 규모가 1분기 3조9000억원(20.4%), 2분기 6조3000억원(32.3%) 등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52.7%)이 몰려있다. 

투자자들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한다. 금감원의 사전조사에서도 판매사의 일부 과실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일부 판매사는 홍콩증시 위기상황 및 판매사 자체기준을 감안할 때, 고위험 ELS 판매를 억제해야 했는데도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오히려 판매한도를 증액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KPI(고객 수익률 항목 등) 배점에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을 포함시켜 판매 확대를 유도하거나, 계약서류 미보관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했고, 검사에서 판매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등 위법사항 확인 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조단위 손실이 예상되면서 정치권에서도 ELS 사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홍콩 ELS에 대해 “상품의 82%를 판매한 은행들이 윤리적 책임을 다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 총 분량의 30%를 65세 이상 고령자가 구매했고 손실 비율은 5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은행의 안정성을 신뢰하기 때문에 은행에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은 면피성으로만 고객 보호 형식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이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금감원은 늦어도 오는 3월까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예적금이 아닌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하에 (투자자가) 책임져야 할 게 있다”면서도 “책임의 문제와 별개로 손실 부담, 책임소재 정리에 대해서는 개선돼야 한다는 점은 여지가 없다. 2∼3월 정도에 필요한 것을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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