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끊임없는 연구개발(R&D)로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며 신약 개발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희귀비만증 신약 개발에 이어 두경부암 신약 임상시험 3상에 돌입하는 등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항암신약 개발사 아베오(AVEO Pharmaceuticals)와 두경부암 신약물질인 ‘파이클라투주맙’의 미국 임상 3상(시험명 FIERCE-HN)을 본격화하고 첫 시험자를 등록했다. 아베오는 LG화학이 지난 10월 5억6600만달러(한화 약 7591억원)에 인수한 미국 제약사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를 판매 중이다. LG화학과 아베오는 파이클라투주맙을 포티브다를 이을 후속 항암제로 점찍었다.
파이클라투주맙은 종양을 키우는 간세포 성장인자(HGF)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의 단일항체 기반 표적항암제다. LG화학은 이번 임상 3상 시험에서 두경부암 치료에 쓰이는 표적항암제 ‘얼비툭스’의 단일 요법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파이클라투주맙과 얼비툭스의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환자 410명을 모집해 전체 생존기간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LG화학은 파이클라투주맙과 얼비툭스 병용요법의 치료제를 오는 2028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게 목표다. 앞서 FDA는 파이클라투주맙과 얼비툭스 병용요법 임상 2상 결과를 기반으로 두 조합을 패스트트랙 약물로 지정한 바 있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FDA가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신속심사 제도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두경부암 치료제 시장은 미국에서만 2023년 2조원에서 2028년 3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이번 시험을 통해 두경부암 치료를 위한 혁신적 치료 솔루션을 모색할 것”이라며 “글로벌 신약 개발과 성공적 사업화를 이어가 신약 분야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제약사 리듬파마슈티컬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식욕 제어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도 개발 중이다. 희귀비만증은 포만감 신호 유전자(MC4R) 작용 경로 등 특정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식욕 제어에 이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비만증이 심화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보통 소아시기에 증상이 발현된다.
LB54640은 세계 최초의 경구용(먹는) MC4R 작용제다. 임상 1상 결과 용량 의존적 체중 감소 경향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0월 희귀비만증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했다. 향후 리듬파마슈티컬스는 이를 토대로 시험자 모집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리듬파마슈티컬스는 지난 2010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회사로, 2017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세계 최초의 MC4R 작용제 ‘임시브리’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며 희귀비만증 치료제 시장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LG화학은 이번 파트너십으로 LB54640 개발이 가속화되고, 환자에게 더 편리한 치료제가 신속히 제공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인 ‘젤렌카 프리필드시린지주’ 3개 용량과 ‘젤렌카 오토인젝터주’ 1개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았다.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구연산염을 제거하는 등 환자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LG화학이 국내에서 세 번째다.
LG화학 생명과학 부문 실적은 증가세를 그린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903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8493억원으로 23% 증가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471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이었던 LG화학이 LG생명과학과 동부팜한농을 각각 인수하며 레드바이오와 그린바이오 시장으로 진출한 것이 균형 잡힌 성장으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협회는 “독일의 바이엘, 일본의 스미토모화학과 같은 해외 화학기업들도 기업 인수와 지분 투자를 통해 레드바이오와 그린바이오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면서 “LG생명과학은 신약 개발을 위한 혁신 R&D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 재원 확보를 통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대가 이뤄질 경우 보다 높은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