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식용 농장을 운영하던 양종태(75)씨는 지난해 3월 농업으로 전환했다. 30년간 개 200여마리를 키웠다. 평생 하던 생업을 그만두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전업을 결심한 건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아쉬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제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오는 2027년부터 개고기가 국내에서 사라진다.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이들의 전‧폐업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년의 유예기간 이후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과 유통을 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특별법에는 폐업을 앞둔 관련 종사자들을 위해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은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일이라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식주권 생존권 위원장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은 대부분 뒷골목에 있다. 상권 특성상 다른 품목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 사육 시설에 수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제 쓰지 못하게 된다”라며 “업계 전체가 폐업하는 만큼 5년의 수입을 보상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동물단체는 3년 안에 빠르게 전‧폐업을 유도해 개 식용 사육을 종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유통 판매 금지에 대한 3년의 유예기간은 개 식용을 묵인하는 기간이 아니다”라며 “3년 후 완전한 종식을 위해 적발과 계도 과정을 통해 전‧폐업을 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 농장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한국 HSI의 지원으로 개 농장을 폐쇄한 농장주들은 전업에 만족해 하는 분위기다. HSI의 도움을 받아 농업으로 전환한 양종태씨는 “개고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고, 사회 분위기도 범죄처럼 인식돼 시대 흐름을 따라가게 됐다”라며 “개 농장을 운영할 땐 눈치도 보이고 힘들었다. 그만두니 속 시원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8년 개 농장을 폐업한 A씨도 “개고기 수요가 계속 감소해 수익이 거의 없었다”라며 “방법을 몰라서 못 그만뒀을 뿐, 전업을 지원하면 많은 농장주가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개 식용에 대한 시선이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HSI가 지난해 8월 만 18~59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고기를 습관적으로 취식한다’는 답변은 15%로 전년 대비 3%p 감소했다. 반면 ‘과거 먹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것’이란 답변은 54%로 전년 대비 8%p 증가했다. 개 식용 금지를 찬성하는 이유는 ‘잔인하다’ 53.1%, ‘비위생적’ 49.7%, ‘현대사회와 맞지 않다’ 45.7%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개 농장의 전‧폐업을 지원할 계획이 있지만, 대한육견협회가 요구한 방식은 아닐 전망이다. 앞서 육견협회는 특별법 통과를 전제로 개 1마리당 200만원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마릿수 당 보상 시 개 농장을 새로 개설하거나 사육하는 개를 늘리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라며 “이를 방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리적인 범위에서 기존 개 농장에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