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처럼 안 살래요”…대학병원 의료진, 줄줄이 개원가로

“교수님처럼 안 살래요”…대학병원 의료진, 줄줄이 개원가로

대학병원서 전문의 사직 잇따라…개원가 이탈 심화
소송 부담·노동 강도·진료실적 압박 심한데 급여는 63% 수준
전문가들 “피부 미용·성형 등 비급여 시장 가격 통제해야”

기사승인 2024-01-19 14:00:06
사진=박효상 기자

최근 대학병원 교수들의 개원가 이탈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개원을 하면 당직과 응급상황, 소송 우려가 덜하고 무엇보다 돈을 벌기 쉽기 때문이다. 처우 개선과 더불어 비급여 시장을 관리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뿐 아니라 보건의료 연구 분야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 교수 11명 중 4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충북대병원도 신생아중환자실 전문의 1명, 소아응급전담전문의 1명이 사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역시 최근 전문의 7명 중 5명이 병원을 떠났다.

이같은 대학병원 교수진 이탈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원인은 봉직의와 개원의의 노동환경과 급여 차이에 있다. 대학병원 교수에 비해 개원의는 당직을 서지 않아 적게 일하고,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과 소송 부담이 적다. 전공의 수련 교육을 맡지 않아도 되고, 진료나 연구실적 압박도 덜하다. 

그럼에도 돈은 훨씬 많이 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개원의 평균 소득은 2억9428만원에 달한다. 봉직의는 1억8539만원으로, 개원의의 63% 수준이다.

이에 개원 불모지라 불렸던 응급의학과에도 개업 바람이 불고 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213명은 동네의원에 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최근 30·40대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개원가로 이탈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면서 “당직으로 노동 강도가 높은 데다 사법리스크가 커서 개원을 희망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교수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면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하고 싶어 대학병원에 남은 교수들도 고민되긴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병원에서 진료실적을 압박해 밤새워 일한 뒤 남은 자투리 시간에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주말도 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저를 보며 ‘교수님처럼 힘들게 안 살고 싶다’고 말하는 전공의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밖에 나가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열면 돈을 더 많이 버는데, 조금이라도 젊었다면 개원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이같은 구조가 계속 유지되면 앞으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고개를 저었다.

개원가로의 의료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선 처우 개선을 비롯해 비급여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개원을 하면 대학병원에 있을 때보다 2배 넘게 돈을 벌 수 있다. 대학병원에 있으면 힘들게 논문을 써야 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당직도 서야 하는데 누가 교수를 하겠나”라며 “비급여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년에 그만 둔 교수보다 올해 그만 둔 교수가 더 많을 것이고,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도 “피부 미용, 성형 분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학병원 교수보다 2배 이상 벌어들일 것”이라며 “개원가의 비급여 가격을 관리하지 않으면 대학병원 교수들의 이탈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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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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