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도가‘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로운 출발의 시작을 알리는 출범식이 지난 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라는 비전과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 브랜드슬로건을 내걸고 전북특별자치도가 공식 출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하며 “전북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오늘 이 순간부터 전북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생명경제도시의 비전으로 대한민국 지역발전을 주도하며 힘차게 세계로 뻗어날 것”이라며 “전북도민 여러분 앞에 새로운 길이, 새로운 도약의 길이 활짝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직접 꼼꼼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시각 행사장 밖에서 만난 전북도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작년 전북 새만금 예산을 뭉텅이로 잘라 내고 찔끔 살려 놓고는 한마디 공식 사과도 없이 ‘잔칫날 숟가락 올리는 식’으로 ‘새로운 길’이니 ‘비약적 발전’이니 하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립서비스’를 난발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런 와중에 역사적인 출범식장에서 벌어져선 안 될 일들이 몇 건 일어났다. 전주가 지역구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기조를 바꿔달라’고 했을 뿐인데 경호원들이 사지를 들어 자신을 끌어냈다고 주장하나 대통령실 관계자는“대통령이 입장해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상황이었고 강 의원이 악수했을 때 소리를 지르며 대통령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며 강 의원의 행동을 ‘경호상 위해 행위’로 판단해 퇴장 조치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일제히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은 "폭력 정권"으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고, 국민의힘은 강 의원이 애초에 "불미스러운 돌발 행동"으로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끌려 나가는 것을 뻔히 눈으로 보며 용인한 것"이라며 "폭력 정권, 윤석열 정권을 규탄한다"고 밝혔고, 행사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강성희 의원은 자신이 제지당한 것을 악용하려 하지 말고, 본인이 대통령에게 행한 무례하고 비상식적 행동에 대해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렇지만 원인의 책임을 떠나 경호실의 과잉 경호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정치 평론가들은 강 의원이 예의에 어긋난 측면이 있다해도 과잉 경호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빨리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들은 과잉 경호도, 때와 장소를 못 가린 정치인의 행동도 동의할 수 없다.
또 신분을 확인하고 입장을 지원하는 접수대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초청을 받았는데 입장객 명단에는 누락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항의하는 도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편으로 받았다는 초청장을 제시하며 항의하는 한 도민은 공무원이 몇 차례 전화해 ‘꼭 참석해 달라’고 당부해서 왔는데 명단에 없다며 농락당한 느낌이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도민은 책임자와 도지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여러 차례 참석 권유를 받아 수도권에서 새벽 KTX열차를 타고 내려왔다는 출향민은 ‘완전히 하루’를 희생하며 왔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출범식 행사를 준비했을텐데 첫날부터 ‘싹수가 노랗다’는 반응이다.
불과 2000명이 참석하는 행사 하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도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실망을 주는 전북의 행정력이 특별자치도가 된다 해도 달라질 것이 있겠냐는 의구심이 든다.
결국 일은 제도나 시스템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무리 시스템이 정비됐다 해도 행정을 처리하는 사람의 사고가 바뀌지 않으면 낙후를 벗어날 수 없다. 막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이고 제도 전환에 의한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이 되고 만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임을 도지사로서 당당히 선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일부터 어긋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지방 정부에 무슨 미래가 있고 무엇을 당당하게 선포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도민이 신뢰하지 않는 국가 지도자가 와서 ‘총선용 공약’을 하고, 함께 축하해야 할 행사에서 정치적 공방이 일고, 가장 초보적인 초청인사 관리부터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방 정부에 권한 몇 개 넘겼다고 기대와 발전이 있겠는가.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 슬로건이 공허하지 않도록 도지사는 행정체계를 다시 정비하고 피해입은 도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겉멋과 흥에 취해 막연한 기대만을 내세우는 집단에게는 발전이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