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사령탑 교체 청사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데브시스터즈에 이어 카카오게임즈도 새로운 대표 내정자를 발표했다. 게임업계 실적 부진은 물론, 중국 경기 성장 둔화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경영진이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6일 카카오게임즈는 한상우 현 카카오게임즈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네오위즈 중국 법인 대표와 글로벌 사업 총괄 부사장, 텐센트코리아(한국지사) 대표를 역임하는 등 ‘중국통’으로 볼 수 있다. 한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다년 간의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국내 게임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해외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경영 슬로건을 ‘비욘드 코리아’로 설정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에버소울’과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다수 게임을 일본 등 미출시 했던 국가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공격적인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영입된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는 지난 6일 이달 초 사내 임원과 리더가 모인 정례회의 자리에서 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외부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과 투자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내정자는 손꼽히는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다. 하나로텔레콤 대표 시절에는 회사를 SK텔레콤에 매각하며 당시 환율 기준 7억 달러에 가까운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엔씨소프트 주식 2088주를 장내 매수하기도 했다. 취득 단가는 약 24만원으로 총 5억원 규모다. 박 내정자 영입 소식이 알려진 지 채 한 달이 안 된 시점에 내린 결단으로, 이처럼 적극적인 경영 전략을 통해 어려움을 돌파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 대표진 교체가 예년보다 많은 편이긴 하다”며 “단기적인 주요 사안 대응이나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 수립 측면도 있겠지만, 특히 실적 부진이 게임사 대표진 교체에 작용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브시스터즈는 내실을 다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새 최고경영자로 조길현 스튜디오킹덤 공동대표가 내정됐다. 그는 지난 2012년 데브시스터즈 합류한 이후 ‘쿠키런 for Kakao’ 개발과 운영을 총괄했다. 사전 예약에만 200만명이 몰렸던 ‘쿠키런: 킹덤(킹덤)’을 개발한 것도 조 내정자다.
지난달 28일 킹덤을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 시작한 만큼 ‘쿠키런’이라는 주요 IP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 다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에서도 쿠키런 IP 기반 모바일 신작들의 성공적인 출시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실제로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를 활용한 신작을 올해만 3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쿠키런: 모험의 탑’과 ‘쿠키런: 오븐스매시’, ‘쿠키런: 마녀의 성’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하게 내세우는 게임이 있을 때, 그 분야에 전문성 있는 대표를 선임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