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노동 취약계층이 아플 때 언제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서울형 입원 생활비’를 하루 9만1480원으로 확대 지원한다.
시는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를 서울형 입원 생활비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원금액도 늘린다고 21일 밝혔다. 유급 병가보다는 사업 이해도가 높은 단어로 대체하는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지원금액은 하루 8만9250원에서 9만1480원(연간 최대 128만원, 14일)으로 확대됐다.
특히 대리운전·배달·퀵서비스·택배기사, 화물차주 등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노동환경에 처한 ‘이동노동자’에게는 전체 사업비의 20%를 우선 배정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6월 전국 최초 시작된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는 질병과 부상으로 인한 입원 시 생계비 지원이 없는 노동 취약계층에게 건강권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누적 지원은 총 2만5273건으로, 총 134억7100만원의 생계비를 지급했다. 앞서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이 지난 2019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명 중 91.0%가 유급병가(현 입원생활비) 지원 제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시는 지난해에만 건강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취약 노동자를 대상으로 4891건, 입원 생활비 총 33억9100만원을 지원했다. 이는 건강 평균 지원 금액이 69만3000원으로 전년(57만3000원) 대비 21% 늘었다.
수혜자 현황을 살펴보면 연령은 60대가 31.4%로 가장 많았다. 50대(26.5%), 40대(20.2%) 등 40~60대 중장년층(78.1%)이 주를 이뤘다. 10~30대 신청률은 13.9%로 전년보다 3.4%p 상승했다.
고용 형태는 개인사업자가 49.4%로 가장 많았다. 일용직 근로자(19.5%), 특수고용직노동자(15.8%)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운전·운송 관련직이 19.9%로 많았다. 병가 유형은 입원 49.5%, 검진 14.8%, 외래진료 4.9%의 비중이며, 수혜자의 주요 질병 유형은 근골격계 질환이 32.8%로 많았다.
다만 신청 후 지원금 입금까지 대기기간은 평균 32.8일이 소요돼 수혜자들이 불편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는 올해부터 소득재산 확인을 위한 증빙서류를 간소화하고 온라인 시스템 내 입력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모바일로 어디서나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신청 후 지원금 대기기간을 최대 3일까지 단축(29.8일)해 수혜자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사고 위험 및 근골격계 질환 가능성이 높은 수혜자에게 ‘손목닥터 9988’ 등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안내한다. 손목닥터 9988 앱을 통해 건강관리 목표 설정, 식습관 개선, 건강 콘텐츠 참여 등 건강관리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조완석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은 “서울지역 취약노동자들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치료와 검진을 위한 생계비를 최대한 보장하고 서울형 입원 생활비 지원사업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노동약자의 건강권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