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사라지면 지역도 소멸 가능성 높아
- 전국 271학교 입학생 없고 올해 폐교도 27개교
- 분기출산율 첫 0.6명대… 저출산 어찌할까
“주완 어머니, 셋째도 낳으셔서 우리학교 보내주셔요!”
입학식을 마치고 학교 강당을 나서는 한 학부형에게 교장 선생님이 웃음 섞인 표정으로 말을 건네자 “저는 이미 나이도 많고 셋째 계획 없는데...”라며 짐짓 놀라며 말끝을 흐렸다. 교장 선생님은 그냥 농담이라고 말하자 곁에 있던 마을 어르신이 “우리 고장에서 셋째를 낳는다면 정말 애국자로 떠받들 것”이라고 말을 거든다.
전국에서 인구수가 가장 적은 군(君)인 경상북도 영양군에서도 주민수가 가장 적은 수비면 수비초등학교의 2024년 새 학기 입학식장 모습이다.
4일은 2024학년도가 시작되는 첫 날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입학식이 일제히 열렸다. 4일 아침 수비초등학교의 입학식에는 모두 3명의 어린이가 학부모의 손을 잡고 교문을 들어섰다.
1933년 9월 개교한 수비초등학교는 한 때(1976년)는 2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할 정도의 제법 큰 규모였다. 농촌 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올해 1월 현재 수비면 인구는 1639명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지난 88년 동안 5,795명이 졸업한 학교에 올해 입학생은 3명, 전교생은 26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수비초등학교는 올해 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3명의 신입생이 입학했다. 남는 장사를 했다. 영양읍에 소재한 한 초등학교는 아예 신입생을 한명도 받지 못했다. 수비면에 유일한 중학교인 수비중학교는 올해 수비초 졸업생 1명만이 입학해 총 입학생이 1명이다. 전국 6163개 초등학교 중 2.5%에 해당하는 157개 학교에 입학생이 ‘0명’으로 입학식조차 치르지 못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이들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 학교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지방소멸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교장선생님, 무릎 꿇고 사탕목걸이 걸어줘
3명의 입학식이 치러진 수비초등학교의 입학식 풍경은 작지만 따뜻했다.
낯선 분위기에 굳은 표정을 지었던 신입생 어린이들은 입학식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웃음을 되찾았다. 교장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입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사탕 목걸이와 꽃다발, 선물을 전해주면서 보듬어주었다. 선배 언니, 오빠들도 동생들에게 따뜻한 축하의 인사와 큰 박수로 동생들의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총동창회 회장 할아버지와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회장도 참석해 축하의 말로 격려해 주었다.
“우리 아이가 2주전 베트남에서 엄마아빠 따라 귀국해서 한국말도 서툴고 동작도 많이 산만하다”면서 손자 입학식에 참석한 강귀자(66세) 씨는 걱정이 한 가득해 보였다. 이 학교 임병제(52) 교장은 “아이들은 적응력이 좋아서 금방 말도 잘하고 친구도 사귄다”면서 “할머니께서 크게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학교에서 잘 가르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할머니는“이 학교는 아빠가 나온 초등학교다. 모쪼록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공부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병제 교장은 3명 어린이의 수비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면서 “아이들을 소중하게 키워서 입학시켜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한다. 오늘은 어린이 여러분이 새로운 꿈과 도전을 시작하는 매우 특별한 첫 날”이라면서 “이제 초등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꿈을 키워 나가자”고 말했다.
2학년 박연서 어린이는 “오늘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이 곳 수비초등학교에서 첫 출발을 하는 착하고 귀여운 1학년 동생들을 축하한다. 사이좋게 지내고 넓은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놀자”고 전했다. 6학년 김성재 어린이도 동생들의 입학을 축하하며 “이제 학교에 다니면서 사회를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될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고 의젓하게 말했다.
경북 영양군 산골마을 수비초등학교의 입학식은 학부모와 선생님, 내빈들의 기대 속에 따뜻하게 진행되었지만 매년 학생이 줄어들면서 언제까지 이런 모습이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초등학교 전교생 25명과 유치원생 4명 등 29명의 어린이를 위해 교장선생님과 교사와 일반직 직원 총 24명이 교육에 정성을 쏟고 있다. 넓은 운동장과 첨단교육시설 등 도시 못지않게 질 놓은 학업을 위한 준비는 충분하지만 5학년을 빼곤 어느 학년 교실을 돌아봐도 책걸상은 3, 4개가 전부이다.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와 내빈들도 한결같이 ‘초저출생 사회’를 걱정했다. 산골마을을 떠난 젊은이들을 다시 보기 힘들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도 의료시설과 문화시설은 물론 일자리가 자체가 없어 자녀 양육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지역은 자연적으로 소멸될 수밖에 없다. 이날 지역 초등학교 입학을 독려하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생에게는 30만원의 장학금이 각각 지급되었고 유치원 입학생에게도 20만원의 장학금이 각각 지급되었다.
임병제 교장선생은 “학교는 학생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곳이고 꿈과 끼를 키워주는 곳이며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행복하고 교사가 보람을 느끼며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면서 “지역 사회도 학교와 함께 해 모두가 수비 행복교육의 동반자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하나, 둘… ‘학교가 사라진다’
서울에도 입학생 6만 명 첫 붕괴 되는 등 저출산으로 인해 입학생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출생·사망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은 2022년의 0.78명보다 0.06명 감소한 0.72명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이다. 2015년 이후 8년째 내리막세이며 감소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0.03명이었던 출산율 감소 폭은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분기 기준 첫 0.6명대를 기록했다. 0.6명대 출산율은 지구상 어떤 나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치이지만 올해도 0.6명대 출산율이 예상돼 강도 높은 인구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 추세는 향후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2017년(2024년 입학) 35만8000명이던 국내 출생아 수는 2018년 32만700명, 2019년 30만3000명, 2020년 27만2000명, 2021년 26만1000명으로 감소했다. 작년 출생아 수는 확정 발표 전이지만 주민등록 기준 출생통계(23만5039명)를 고려하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역으로 계산하면 당장 2026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 유력하다. 40만 명 무너진 지 2년 만에 30만 명선마저 붕괴되는 셈이다. 2030년 이후에는 신입생 수 10만 명대 시대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하는 초등학교 수도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연간 폐교 수는 지난 2020년부터 17개교에서 이후 20개교, 17개교, 19개교, 2024년은 27개교로 급증했다. 지역별 폐교 예정 초등학교 수를 살펴보면 전북이 7개교로 가장 많고 이어 경북 6개교, 전남 5개교, 강원·경기 각각 3개교, 인천 2개교, 경남 1개교 순으로 확인되었다
경북 영양=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