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56)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18년 만에 8일 회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그룹은 정 회장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정면으로 맞설 방침이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유통 업계 분위기는 이번 인사의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경영 환경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따돌리고 쿠팡 등 이커머스와 중국계 기업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공룡기업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연결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7.3% 줄었다. 전자상거래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도 적자를 면치 못하며 유통과 비유통이 모두 부진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900%가 넘는 신세계건설은 그룹 유동성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장 우려도 나온다.
반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000억원으로 처음 이마트를 추월했다. 지난 2010년 창립 이후 처음 기록한 흑자로, 2022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이커머스 시장 성장과 쿠팡의 경쟁력 강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다만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합산 매출 규모인 35조8000억원은 넘지 못했다.
중국계 이커머스 앱 알리익스프레스도 쿠팡과 격차를 좁히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앱·리테일 분석 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6일 알리익스프레스 앱의 국내 사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모바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818만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기록한 355만명보다 130% 늘어난 수치다.
특히 기존 2위였던 이커머스 앱인 11번가(736만명)를 뛰어넘어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인이 두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쇼핑 앱이 된 셈이다. 1위는 쿠팡으로, 지난달 기준 쿠팡 사용자 수는 3010만명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그룹의 '중심'역할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 콘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경영전략실은 정 회장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참모 조직으로 사실상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한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경영전략실 인사 관장을 통해 그룹 경영권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인사 후 첫 회의에서 조직·시스템·업무처리 방식을 모두 바꿀 것을 주문하는 등 본격적인 쇄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 대표이사 40%를 물갈이한 인사가 실적 악화를 쇄신한다는 성격으로 해석된 반면, 경영전략실 인사는 실제로 미래 성장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메시지가 내포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이마트 등 기존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신세계그룹을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인사에 따른 정 회장의 지분 구조는 변동이 없다. 신세계 계열 지분구조를 보면 정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8.56%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0%씩 갖고 남매 경영을 뒷받침하면서 신세계그룹 총수(동일인) 지위도 유지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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