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가 미국만을 남겨둔 가운데 합병 이후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가시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합병이 국내 항공 산업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9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13개국에서 심사를 완료했다. 미 DOJ 승인만 얻어내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종 합병 시 예상 매출은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로의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는 두 항공사의 자회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여객 점유율을 합한 예상치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도 분리하고 타 항공사에 4개 항로 운송권을 넘기게 되면 대한항공으로서는 사실 기대했던 것만큼의 인수합병 성과는 거두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합병 심사 과정에서 영국은 히드로공항 17개 슬롯(항공기 이착륙이나 이동을 위해 할당된 시간) 중 7개를 버진애틀랜틱에 매각했다. 중국 역시 9개 노선의 타사 이전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두 항공사의 합병은 대한항공 입장에서 경쟁자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해 메가 캐리어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 항공 산업에서는 운영하던 슬롯을 매각한 것이니 득이 되는 부분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메가 캐리어가 탄생한다는 시선이 있는데, 두 항공사의 세계 순위권을 합쳐서 10위가 된다는 정확한 근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항공사의 세계 순위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운송 통계’(WATS)의 지표로 가늠할 수 있는데, 2020년부터는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유상여객킬로미터(RPK·항공편 당 유상승객 수에 ㎞로 표시한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28위(830억㎞), 아시아나항공은 42위(469억㎞)를 차지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두 항공사를 합치면 1299억㎞로, 15위인 남미 최대 항공사 라탐항공(1220억㎞)을 넘는다고 바라보고 있다. 두 항공사 결합 시 세계 10위권 수준이라는 전망도 2019년 수치에 기대 예상한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 여객 부분에서 60% 증가한다고 예상해도 매출은 3~4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합병 심사 과정에서 자진 퇴사한 노동자들, 반납한 슬롯 등을 감안하면 한국 항공 산업 전반에서 득이 되는 일인지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