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학교폭력조사관제’
‘교권보호 4법’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정안’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제정안’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개정된 교육 정책 중 일부다. 지난해 7월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현장 교사를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급하게 도입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겨 학교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에서도 늘봄학교는 충분한 준비 없이 정책을 도입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가돌봄정책인 늘봄학교는 지난 4일부터 전국 2741개교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교원단체는 늘봄학교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4일 ‘1학기 늘봄학교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수업 준비 차질 등 전국 611개교(22%)에서 파행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혼란, 각종 민원 증가, 공간 부족으로 교육과정 운영 악영향 등의 파행 사례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장 교사들은 늘봄학교 정책으로 발생한 혼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준비 부족을 꼽는다. 조영국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전교조 기자회견에서 “교육청은 지난달 셋째 주에서야 늘봄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을 시작했고, 학교 현장엔 지난달 27일 공문이 왔다”라며 “단 2일 만에 (늘봄)프로그램 강사를 구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학교 현장에서 늘봄학교는 교사들이 땜질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늘봄학교를 운영할 공간도 부족해 교실을 활용하고 있다. 교사들은 복도에서 수업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일괄적인 예산 투입으로 늘봄 대상자가 없는 학교에서 늘봄 전담사가 배정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 급하게 도입되면서 제도 취지와 어긋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는 교사를 학폭 업무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달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도입됐다. 하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이 이전처럼 학폭 조사에 동석해야 하게 됐다. 조사관 일정 조정 등 교사들에게 추가 업무까지 주어졌다.
교사들은 교육 정책에 학교 현장 목소리를 반영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경기 6년 차 초등교사 정모씨는 “교사는 교육을 하는 사람인데 행정, 늘봄학교 등 교육 외 정책이 과도하게 도입되고 있다”라며 “정책을 학교 현장에 밀어 넣기 전에 현장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16년 차 초등교사 B씨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을 보호해주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보여주기식 정책이 많아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라며 “현장 교사 목소리를 듣고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좋아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들도 각종 정책을 급하게 도입하게 만든 결정을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서이초 사건 이후 악성 민원 등 희생되는 교사가 없도록 하는 정책들이 속도를 내서 도입되며 미흡한 점들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교육 논리로 함께 풀어야 할 정책들이 급히 도입되며 디테일이 부족해졌다”라며 “그 결과 정책과 학교 현장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각종 교육 정책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예를 들어 학생생활지도고시를 통해 ‘문제 학생의 물리적 제지가 가능하다’라고만 하면, 교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제지해야 할지 모른다”라 “미국에선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자격증을 배우는 등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일정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제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쿠키뉴스에 “교사들의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법안이 실질적으로 학교 현장에 안착하려면, 단위 학교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각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생활 규정과 교육 규정 등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