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기후위기가 심화되자 국제사회는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캠페인을 넘어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무탄소에너지(CFE, Carbone Free Energy)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무탄소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를 포함해 탄소를 저감하자는 캠페인으로, 원자력 발전과 수소,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에너지원의 영역을 확대하며, 전력과 함께 산업(공정)의 무탄소화를 추진한다.
국가별 자연환경·기후에 따라 효율이 다른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빠르게 악화되는 기후환경을 회복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분석에 따라 대두됐다. 특히 좁은 국토로 인해 태양광 설치 공간이 포화에 이르고, 전체 전력 설비의 17.3%가 원전인 대한민국의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에서도 역대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수단에 원전, 수소 등이 명시됐다. 2019년 대비 2035년까지 60%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이뤄지려면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 기술이 총체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당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주요국이 공식 지지하거나 협력 의사를 표시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개발, 업무협약 등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남동발전, 삼성물산,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말 ‘무탄소 전원 개발사업 협력 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그린수소 등 해외 청정연료 생산 및 국내 공급, 수요처 전력망 구축 및 무탄소 전력 판매사업, 무탄소 전원 개발사업 및 정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블루수소 생산의 핵심인 이산화탄소 포집 핵심 소재와 공정 기술을 개발, 기존 흡착제보다 4.6배 이상 높은 선택도로 이산화탄소를 정밀 포집해 CCUS 작업에 필요한 전력 사용량과 포집 비용을 절반가량 감축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20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CF연합(무탄소연합)을 중심으로 ‘CFE 이니셔티브’를 추진, 올해를 원년으로 삼고 해외 기업과 기관에도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 주도의 CFE 시대가 잰걸음을 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지지가 실제 참여로 이어지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들도 존재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기후위기 대응 NGO 환경단체 푸른아시아의 오기출 상임이사는 “기존 RE100 등 캠페인과의 차별점이 있어야 글로벌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규제적 접근이 아니라 해당 산업 내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형성해줄 수 있는 원리적 접근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주민수용 등 공동체적 접근과 각종 제도 개선 등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이어 “재생에너지 분야와 원전 분야를 경쟁·대립의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보고, 국내 탈탄소화의 속도를 높여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어 기업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통해 탄탄한 제도와 캠페인을 마련한다면 국제사회의 참여는 물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