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고강도의 쇄신과 전문성을 주요 공약으로 삼아 대규모의 인사 개편이 점쳐진다. 가장 먼저 NH투자증권에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내정된 가운데 나머지 농협금융지주 산하 금융사들의 CEO들도 교체가 진행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최종후보로 낙점했다. 지난 5일 임추위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숏리스트 3인에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윤병운 NH투자증권 기업금융 사업부 대표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선정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의 인사는 결정됐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초 ‘강력한 쇄신’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면서 인사 태풍을 예고한 바 있다. 강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협의 지난 63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업·농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농협’을 신규 비전으로 선포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 기존 금융지주 계열사 CEO들이 재신임받는 관행도 인사 태풍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실제 지난 2016년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취임 당시 이경섭 당시 농협은행장 등 주요 금융계열사 CEO들이 사표를 냈고, 지난 6일 퇴임한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도 취임 한 달 만에 당시 임기가 9개월 가량 남았던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보 대표 등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제출받았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의 남은 임기도 대부분 1년 미만이다. 현재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임기가 약 10개월이 남았으며,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25년 1월), 서옥원 NH캐피탈 대표(25년 1월) 등의 임기도 내년초 만료된다. 그나마 서국동 농협손보 대표(25년 12월)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다. 이미 NH투자증권의 CEO 교체가 단행된 만큼 나머지 농협금융 계열사들의 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호동 신임 중앙회장이 취임하며 조직개편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기에 농민들의 지지율도 매우 높다보니 조직 안정보다는 쇄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따라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의 인사 태풍이 비단 농협금융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주요 공약으로 중앙회와 경제지주와의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후 12년 동안 이어진 ‘1중앙회 2지주(경제·금융지주)’ 체제를 ‘1중앙회-1지주(금융지주)’ 체제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경제지주가 중앙회에 통합될 경우 대규모 인적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농협중앙회가 경제지주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