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위주 의대 증원이 전망되는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대거 서울에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대비 수학 1등급 수도권과 비수도권 학생 수가 큰 폭의 차이를 보여 지역별 의대 경쟁률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진단됐다.
17일 종로학원은 2023학년도 수능 수학 1등급을 받은 고3 인원과 의대 정원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에선 수학 1등급 인원이 6277명으로 수도권 지역 12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 정원 993명의 6.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비수도권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고3은 3346명으로, 비수도권 27개 의대 정원(2023명)의 1.7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지역별로는 서울에서는 수학 1등급을 받은 고3이 3284명으로, 서울권 9개 의대 정원(864명)의 3.8배였다. 경기·인천권에선 수학 1등급 고3이 2993명으로, 경인권 3개 의대 정원(129명)의 23.2배에 이르렀다.
지방에서는 모집 인원 보다 수학 1등급 학생 수가 더 적은 경우도 발생했다. 강원은 지역 내 4개 의대 모집 정원은 267명에 달하지만, 수능 1등급 인원이 97명에 불과해 의대 정원 대비 수능 1등급 학생 비율이 0.4배에 머물렀다. 호남권에서 1.5배, 충청권은 1.8배, 부산·울산·경남은 2배, 대구·경북은 2.2배, 제주는 2.4배로 각각 나타났다.
종로학원은 2022학년도 통합 수능이 도입된 후 수학 1등급은 90% 이상 이과 학생들로, 최상위 이과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노린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수학 1등급 학생 수로 보면 수도권 학생이 비수도권 학생들보다 수능으로 지역 의대에 들어가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비수도권에 80%가량인 1600명을, 수도권에 20%가량인 400명을 늘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60%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앞으로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 학생의 의대 진학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은 “향후 의대 정원 확대가 어느 지역에 집중됐는지, 지역인재 확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지역 간 의대 경합 구도 격차가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