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사과 사 먹어요. 예쁘고 큰 사과는 너무 비싸서 싼 거 사 먹는 거죠. 상처만 도려내면 속은 멀쩡하고 맛나요. 못난이 사과 10kg를 5만원 주고 사서 자식들 집에 나눠 줬어요.” (60대 주부 김모씨)
금값이 된 사과, 대파 등 농산물 가격 폭등에 서민들이 아우성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고모(38)씨는 “2주 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과를 사러 갔다가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며 “사과 8개정도 구입하는데 3만원 조금 넘게 들었다. 오이 3개에 5000원하더라. 모든 게 비싸다”고 19일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임모(39)씨도 “지난 설 명절에 사과 11개에 10만원을 주고 샀다. 지금은 가격이 좀 내려 내리긴 했지만, 작년과 비교했을 때 과일값이 너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배, 귤 등 다른 과일 가격도 살벌하긴 마찬가지다. 임씨는 “홈쇼핑, 온라인 마켓 등 비교적 저렴한 곳을 찾는다”며 “한 온라인 마켓서 귤 한 박스를 샀는데, 상태가 좋지 않고 무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교환해주지도 않아 비싼 값에 과일을 사서 쓰레기 비용까지 낸 꼴이라 속상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사과(후지 10개, 상품) 가격은 2만4148원이다. 1주일 전(3만97원)보다 5949원 내렸다. 지난 13일 이후 3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1년 전(2만2861원)보다 6% 비싸다.
배(신고·상품) 10개 소매가격은 4만1551원으로 전 거래일인 15일(4만5381원)보다 8% 내렸다. 1년 전(2만734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52% 비싼 수준이다.
소매 가격이 하락한 배경에는 정부의 대규모 할인 지원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농축산물 물가안정을 위해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민관 협력으로 유통·판매마진 최소화
지자체도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나선다. 서울시는 유통·판매 마진을 최소화한 농산물을 시장에 풀어 물가 잡기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4개사(서울청과·중앙청과·동화청과·대아청과) △롯데마트와 협력해 유통·판매마진을 최소화한 사과 7.5t, 대파 17t을 보급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농산물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착한가격 프로젝트’을 일환이다. 시는 지난 1월 애호박을 공급한 바 있다.
사과는 서울 시내 롯데마트 14곳에서 2.5㎏ 1박스당 9990원에 판매한다. 대파는 롯데마트 14곳과 롯데슈퍼 84곳에서 1㎏당 2950원에 판매한다. 이는 3월 첫째 주 평균 소매가격 대비 사과는 66%, 대파는 24% 저렴한 수준이다. 공급 기간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이다. 물량 소진 시 조기 종료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사과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의 산지 지원금이 더해져 소비자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에 시민들이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민관이 힘을 모으면서다. 시는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이 품질이 우수한 농산물 최대한 확보하고, 롯데마트·슈퍼의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시가 생산자에게 물류비를 지원하면, 도매시장법인은 농산물 가격 일부를 지원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오정범 서울시 농수산유통담당관은 “최근 농산물 물가상승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높아진 시민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민관협력을 통해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