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3주 앞두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종섭·황상무 논란’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정 갈등’이 재점화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권심판’을 강조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당정 갈등’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과 이종섭 호주 대사를 둘러싼 논란의 해법을 두고 당정이 이견을 보이면서다.
우선 당정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임명 및 출국 논란과 관련해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한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지난 18일 공수처의 즉각 소환 통보와 이 대사의 즉각적인 귀국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같은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우선 소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사가 귀국해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즉각 반박했다.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서도 극명한 온도 차가 드러났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황 수석의 발언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나경원·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등도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다음날인 18일 황 수석 논란과 관련해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는 공지를 냈다. 황 수석의 개인 발언을 정부의 언론관으로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취지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수도권 출마자들은 총선 ‘민심’이 흔들릴 것을 우려했다. 한 위원장은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공지에도 불구하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단호히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이 여론 악화로 이어져 국민의힘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19일 쿠키뉴스에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팀”이라며 “대통령실이 정부·여당 원팀 체제를 깬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지역구 후보들과 선거대책위원회의 우려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현장과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여당의 노력 자체가 총선 국면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 평론가는 “이슈는 덮으려 할수록 대중에 더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가 여론을 의식해 논란을 조기 종식하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위험 부담이 있는데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니 더욱 불리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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