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가 세대교체를 통한 경영권 굳히기에 들어갔다.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창업주와 오너의 2·3세들이 이사회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나선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린 가운데 새 경영진의 얼굴에 관심이 쏠렸다. 업계는 오너 2·3세 경영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삼진제약은 이날 서교동 본사 강당에서 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로 현 조규형·최지선 부사장을 선임했다. 조 부사장은 창업주 조의환 회장의 차남이고, 최 부사장은 공동창업주 최승주 회장의 차녀다. 진통제 ‘게보린’으로 이름을 알리며 성장한 삼진제약은 1941년생 동갑내기인 최 회장과 조 회장이 1968년 공동 창업해 오랜 기간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온 제약회사다. 올해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 공동창업주들은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수십 년간 두 창업자가 갈등 없이 회사를 운영해 온 만큼 앞으로의 2세 공동 경영 행보가 주목된다. 최용주 삼진제약 총괄 대표이사는 “대내외적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삼진제약 임직원 모두는 하나 된 결속력으로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3세 대표이사 시대의 막을 올린 대원제약도 이날 경기 화성시 향남제약공단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 1월 백승호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그의 아들 백인환 사장이 자리에 오른 뒤 처음 열린 주총이었다. 대원제약은 이번 주총에서 이동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조정관과 김락현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날 주총은 감사보고, 영업보고 등 보고사항을 포함해 4개의 안건이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특별한 사항은 없었고 대표님도 ‘열심히 하겠다’라는 정도의 인사말을 전했다”며 “올라온 안건들이 속전속결로 통과됐고 주총을 잘 마쳤다”고 전했다.
휴온스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윤성태 휴온스 회장의 아들 윤인상 휴온스글로벌 전략기획실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한다. 지난 2018년 휴온스에 입사한 윤 전략기획실장은 2022년 6월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이사로 임원 대열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3월 휴온스글로벌 사내이사에 등재됐다.
이미 승계 작업을 마치고 경영권을 굳힌 기업들의 오너 2·3세들이 보여줄 행보도 주목된다. 셀트리온은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의안을 올린다. 서 대표는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합병 이후 통합 셀트리온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국제약품도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견고히 한다.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오너 3세인 남태훈 대표가 사내이사로 재선임 될 전망이다. 남 대표는 창업주인 고(故) 남상옥 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 회장의 장남이다. 남 대표는 지난 2009년 입사해 기획관리부와 영업관리부를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5년 대표이사로 선임돼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2년부터 회장직을 맡아온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은 22일 제56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됐다. 권 회장은 동국제약 창업주 2세로 1994년 동국제약에 입사, 2002년 대표에 임명된 뒤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22년 회장직에 올랐다. 권 회장 취임 후 동국제약은 2022년에 매출 6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 731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송준호 동국제약 대표이사는 이날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마데카 프라임’이 미용기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헬스케어 사업 부문의 신성장 동력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 ‘마이핏’도 높은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해외 사업 부문은 전년도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사제 제품과 항생제 원료의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 포폴 주사의 중동시장 강세, 브라질 시장의 구매력 회복에 따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